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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개국 월드컵’의 역설… 조별리그 최종전은 재미없다?

입력 | 2026-06-15 00:30:00

헝가리 연구진 시뮬레이션 해보니
강팀 일찍 확정, 약팀은 일찍 탈락
주전들 선발서 제외 가능성 높아
최종전 최대 91% ‘의미 없는 경기’
빅매치 줄고 긴장감 감소 부작용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겨루는 2026 FIFA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을 가르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최강팀에는 결과와 무관한 경기가 될 확률이 최대 91%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 출처 FIFA 홈페이지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참가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세계 최강팀의 조별 마지막 경기가 토너먼트 진출과 무관한 경기가 될 확률이 최대 91%에 달한다는 수학적 분석이 나왔다. 같은 연구진은 조 추첨 방식도 특정 팀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는 대회다. 4팀씩 12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 2위와 성적 좋은 3위 팀 8개국이 32강에 오른다.

● 주전 빠진 조별리그 최종전 잇따를 수도

처토 라슬로 헝가리 연구네트워크 산하 컴퓨터과학·제어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지메시 언드라시 헝가리 페치대 교수는 조별리그에서 토너먼트 진출이나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치르는 경기를 ‘무의미한 경기’로 정의하고 48개국 체제에서 이런 경기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분석해 국제학술지 ‘유럽 운영연구 저널’ 8월호에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각국 대표팀의 역대 국제경기 결과를 엘로(Elo) 등급으로 수치화해 100만 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엘로 등급은 체스에서 고안돼 온라인 게임, 테니스 랭킹에도 쓰이는 방식으로 강한 상대를 이길수록 점수가 더 크게 오른다.

그 결과 FIFA 랭킹 1위 아르헨티나의 조별 마지막 경기가 이미 32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치러질 확률이 조에서 2개 팀이 진출하는 경우 58%, 3개 팀이 진출하는 경우 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IFA 랭킹 기준 16개 강팀 전체로 봐도 이 확률이 최소 28%에서 최대 60%다.

실제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프랑스는 튀니지와의 조별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9명을 바꿨고 결국 졌다. 브라질과 포르투갈도 조별 최종전을 약화된 전력으로 치렀다.

연구팀은 대안으로 강팀 조와 약팀 조를 처음부터 나눠 편성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강팀 조 1위는 32강을 건너뛰고 16강에 직행하고 나머지 팀들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16강에 오르는 것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강팀들의 무의미한 경기 비율이 최소 17%포인트 줄고 강팀 간 빅매치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조 추첨도 알고 보면 불공평

처토 선임연구원 팀은 조 추첨 방식의 공정성을 수치로 분석한 논문을 2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했다. 월드컵 조 추첨은 48개 팀을 FIFA 랭킹 순서대로 12팀씩 4개 묶음으로 나누고 각 묶음에서 한 팀씩 뽑아 조를 구성하는데 같은 대륙 팀끼리 한 조에 묶이지 않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팀마다 특정 조에 배정될 확률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묶음을 뽑는 순서와 개최국 조 배정 방식을 조합한 총 48가지 추첨 방식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FIFA가 실제 2026 월드컵 추첨에 사용한 방식이 48가지 비교 대상 중 가장 공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브라질 같은 비유럽 최강팀들은 유럽 플레이오프 통과 팀과 같은 조에 묶일 확률이 균등 추첨 기준 11.3%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14% 수준으로 높게 나왔다. 반면 유럽 강팀 7개국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 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개최국 세 나라를 A, B, D조에 미리 고정하는 관행도 팀마다 배정 확률을 다르게 만들었다. 멕시코가 유럽 플레이오프 통과 팀과 같은 조에 배정될 확률은 균등 추첨 기준 9.1%지만 실제로는 5.3%에 그쳤다. 추첨 후 개최국이 속한 조를 A조로 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처토 연구원은 “스포츠 대회 규정을 개선하려면 학계와 연맹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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