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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무력 기하급수적 강화”… 시진핑 방북 앞 핵보유 과시

입력 | 2026-06-05 04:30:00

“핵 생산능력 2배” 새 시설 공개
영변 인근 새 우라늄 시설 추정… 원심분리기 4600개 빼곡히 들어서
핵 증산 앞세워 대미 협상력 강화
한국 핵잠 도입 추진에 맞불 성격도




김정은 앞에 우라늄 핵폭탄 추정 도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일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 분리기로 가득한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 시설을 ‘새로운 핵물질 생산 공장’이라고 칭하며 이 공장이 핵물질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한 시설임을 시사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4일 평안북도 영변 내 새로운 핵시설로 유력해 보이는 핵물질 생산공장 내부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핵무력 행사 의지를 예고했다. 이날 북한 매체에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장 시찰 사진에는 우라늄 고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가 빼곡히 들어서 고도화된 생산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는 “북한의 핵 활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 평화·안보와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준비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새로운 핵시설을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영변 인근 새 시설, 4600개 원심분리기 추정”

김정은 앞에 우라늄 핵폭탄 추정 도면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 현장 테이블 위에 모자이크 처리된 도면이 펼쳐져 있는 모습. 우라늄 핵폭탄 및 핵탄두 도면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이번 핵 공장 공개를 통해 핵물질 생산 능력의 ‘질적·양적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장 시찰에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이 종전의 2배를 능가한다”며 핵무력 고도화를 “전환적 이정표”로 규정했고, 핵무기 증산을 위한 중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식별했다고 밝힌 영변 인근에 새로 들어선 우라늄 농축시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교수도 X(옛 트위터)에 “작년에 IAEA가 식별한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로 보인다”며 그 근거로 김 위원장과 함께 사진에 찍힌 남현(또는 소현남)이라는 이름의 남성이 영변 핵시설의 최고책임자인 점,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현장에서 브리핑을 했던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도 동행한 모습 등을 제시했다. 루이스 교수는 “사진에 나온 시설 규모는 28캐스케이드(배관망), 4600개 원심분리기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핵시설에선 과거에 공개된 우라늄 농축시설에 비해 원심분리기 간 설치 간격이 확연히 좁아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기존 시설보다 원심분리기 밀집도를 높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탁자 위에 대형 도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우라늄 핵폭탄 및 차세대 핵탄두 도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핵능력 최대치 과시하며 美·中·南 압박 포석


북한이 최첨단 핵시설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단순한 핵 능력 과시를 넘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이자 시 주석의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핵 능력을 발판 삼아 대외 협상력 극대화를 겨냥한 행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앞으로의 방대한 계획 실행의 순차와 그 담보를 확정했다”며 장기적인 핵 증강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핵보유국임을 ‘숫자’로 입증하며, 미국을 향해 ‘이란을 압박하듯 우리를 비핵화하겠다는 패러다임은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나 비핵화 요구가 무력화됐음을 ‘수치’로 증명하려는 시도라는 의미다. 통일부도 “김 위원장의 핵물질 생산공장 방문은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하면서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시설 공개를 두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협의에 나서자 맞불을 놓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핵잠 건조 등 대북 억제력을 증강하려 하자 북한이 이미 가동 중인 대규모 원심분리기를 보여주며 압도적인 핵 도발 능력을 과시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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