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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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중원을 장악하는 팀이 경기를 지배한다.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가 각자 자리를 지키던 고전 축구가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 사커’를 거치면서 미드필드 장악이 전술의 핵심이 됐다. 특히 현대축구는 빌드업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 가며 상대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티키타카’, 공격수들이 상대 진영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전방 압박 전술도 중요해졌다. 문제는 두 전술도 중원 지배력이 전제돼야 펼칠 수 있다는 것. 미드필더의 활동량과 압박 강도가 낮아 중원을 지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중원을 공략하지 못하는 팀이 쓸 만한 전술이 있긴 하다. 수비 진영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공을 뺏으면 한 번의 롱패스로 골을 노리는 전술이다. ‘킥 앤드 러시’ 또는 ‘롱볼’이라 부르는 이 전술을 익숙한 용어로 바꾸면 ‘뻥축구’가 된다. 다만 골로 이어질 확률이 낮고 상대의 실수도 기대해야 해 전술 구사력이 떨어지는 약팀이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때가 많다.
여의도를 관찰하다 보면 정치도 축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중도층 소구력을 갖추고 중원을 공략하는 정당이 전국 정당과 집권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중원을 외면한 채 자기 진영에만 웅크려 있으면서 지지층 결집과 진영 정치에만 몰두하는 정당은 지역 정당과 이념 정당의 궤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정치는 축구와 달라서 강팀도 뻥축구를 구사할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그렇다. 거대 양당은 선거가 임박하자 중원 공략은 포기한 채 지지층 결집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일종의 뻥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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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중원 장악이나 정치의 중도층 공략 모두 힘들고 지난한 일이다. 좁은 공간에서 상대와 다투다 보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뻥축구의 유혹은 편하다는 데 있다. 자기 진영에 오래 머무르며 많이 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뻥축구로 한두 번 이길 순 있어도 지속 가능한 승리는 어렵다. 중원 공략을 포기한 정당 역시 일부 선거는 이길 수 있어도 정당의 존립 목표인 수권정당이 될 수는 없다. 선거전을 지켜보는 유권자도 북중미 월드컵을 기대하는 팬들처럼 뻥축구는 그만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양당이 유념하길 바란다.
유성열 정치부 차장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