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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악 응징 사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입력 | 2026-05-28 14:34:00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이지현 작가.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을 공포로 떨게 한 연쇄살인 사건이 있었다. 30여 년이 지나 특정된 용의자 이춘재의 자백으로 진상은 드러났다. ENA 채널의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악연으로 얽힌 형사 강태주(박해수)와 검사 차시영(이희준)이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같은 사건을 다루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범인이 사건이 벌어지는 과거와 범인이 밝혀진 현재, 30년 사이를 오가는 전개가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연쇄살인만이 아니라 사건 이후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26일 ‘허수아비’가 12화로 마무리됐다. 시청률은 갈수록 상승해 최종화 시청률은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었다.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준우 감독은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자리한 이지현 작가도 “처음에는 실화를 다루는 것이 부담스러워 거절했는데 드라마가 잘 끝나니 참여하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박 감독과는 ‘모범택시’ 시즌1에서 합을 맞춘 적이 있던 이 작가가 거절한 이유도 납득이 됐다. 제작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처음 기획했던 게 5년 전인데, 그 이후로 편성 받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그런데 너무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라서 (방송사에서) 고사를 많이 했었다”며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어려움을 회상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이 이번 드라마를 만든 이유가 있었다. 그는 ‘모범택시’ 시즌1을 찍을 당시 이춘재의 화성 8차 사건 모방범으로 누명을 써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 그리고 이춘재의 피해자이지만 경찰이 시신을 숨겨 실종으로 처리되었던 고(故) 김현정 양의 아버지 고(故) 김용복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짧은 다큐로 만들다가 정부가 저지른 범죄, 그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모범택시’를 하고 나서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현실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는데 판타지를 주면서 허구로 이용하는 것 같다’는 기사를 봤거든요.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좀 더 현실 반영적인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시원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들과 달리 ‘허수아비’는 그 반대편에 있지만 이 나름대로 또 볼 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박 감독)

허수아비 이지현 작가 /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그렇기에 박 감독과 이 작가는 ‘허수아비’에서는 ‘사이다’식 전개나 악을 응징하는 결말을 피하고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 박 감독은 “방송사와 스튜디오에서는 ‘제발 사이다로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었다”라면서 “하지만 저나 작가님은 그럴 수 없었다. 현실은 사이다처럼 어떤 응징이 된 적이 없다. 다행히 결국엔 받아주셨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 작품과 비슷하게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대한민국을 짚어볼 수 있는 3부작을 이 작가에게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권유 중이었다.

“이번 작품이 범죄 실화를 모티브로 한국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이춘재라는 연쇄살인마 때문에 피해 입은 분들한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박 감독)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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