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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뚫고 나온 도시괴담, 스크린을 삼켰다

입력 | 2026-05-28 04:30:00

21세 감독이 만든 공포영화 ‘백룸’
현실세계 오류로 만들어진 가상공간… 주인공의 개인적 트라우마까지 겹쳐
10대때 만든 9분 영상, 7885만회 시청… 제작사 손잡고 4년 만에 장편 도전




27일 개봉한 영화 ‘백룸’은 2022년 유튜브에 업로드한 케인 파슨스 감독의 동명의 단편 영상을 극장판으로 확장시킨 작품이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레나테 레인스베(위 사진)와 ‘노예 12년’ 등에 출연한 추이텔 에지오포가 출연했다. 영화는 비일상적인 공간이 주는 공포감에 초자연적 생물체의 등장을 섞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2022년 1월 7일 유튜브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9분 남짓의 영상이 있다. ‘The Backrooms (Found Footage)’란 제목으로, 노란 복도가 끝없이 이어지는 기묘한 공간을 담고 있다.

이는 당시엔 미국의 10대 소년이던 케인 파슨스(21)가 무료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집에서 제작한 작품이었다. 해당 영상을 업로드한 지 2개월도 안 돼 조회수 1780여 만 회(현재 7885만 회)를 기록하자, 여러 영화사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파슨스는 17세의 나이에 공포영화 ‘유전’, ‘미드소마’를 제작한 A24와 최연소 감독으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메가폰을 잡아, 27일 국내 개봉한 영화 ‘백룸’이 그 결과물이다.

본래 백룸은 인터넷 괴담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기본 설정은 ‘현실 세계에서 일종의 버그가 생기면 백룸이란 가상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주로 텅 빈 쇼핑몰이나 오래된 사무실 등을 배경으로 하는데, 익숙하지만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특징이다. 여러 온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백룸 세계관을 바탕으로 2차 창작물을 만들며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고, 파슨스 감독도 그중 하나였다.

영화는 이 세계관에 주요 서사를 부여해 장편영화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내용은 이렇다. 1990년대 건축가 클라크(추이텔 에지오포)가 우연히 가게 지하실 벽 너머에 있는 기묘한 공간을 발견하고, 이로 인해 점점 미쳐 간다. 그의 정신과 담당 의사인 메리(레나테 레인스베)는 실종된 클라크를 찾아 그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작품의 백미는 큰 스크린으로 구현된 백룸이다. 무한하면서도 결코 벗어날 수 없을 듯한 공간 자체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텅 빈 방이 주는 음산함에 더해 난데없이 놓인 가구들과 정체불명의 낙서들 또한 불쾌감을 자극한다. 영화는 클라크 시점에서 앵글을 끌고 가며 문을 열 때마다 펼쳐지는 다른 차원의 공간을 관객들로 하여금 간접 체험하게 만든다. 제작진은 이번 촬영을 위해 약 843평 규모의 세트장을 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백룸’이 기존 유튜브 영상을 뛰어넘는, 하나의 제대로 된 창작물이 됐다고 보기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영화는 개인의 트라우마와 한 공간의 역사를 뒤섞어 놓았는데, 메시지를 설명하는 방식이 매우 불친절하다. 게다가 기존 영상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세계관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디지털 지식재산권(IP)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백룸’ 외에도 최근 북미권에선 공포영화 ‘톡 투 미’(2023년), ‘셸비 오크스’(2024년), ‘아이언 렁’(2026년) 등 유튜버 출신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나는 유튜브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파슨스 감독의 말은 달라진 창작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일지도 모른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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