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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통 냄새 제거엔 활성탄이 효과적

입력 | 2026-05-25 08:06:00

[이광렬의 화학 생활] 냉장고 음식물 냄새는 베이킹소다 넓게 깔면 없어져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플라스틱 통에 밴 김치 냄새는 과탄산소다, 묽은 락스, 활성탄으로 제거할 수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김치를 오래 담아둔 플라스틱 통에서 냄새를 제거하기란 참 쉽지 않다. 이 냄새를 없애려면 김치 냄새의 정체부터 알아야 한다. 김치 냄새를 만드는 화합물들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강한 김치 냄새는 유산균이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마늘 등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화합물에서 나온다. 이 화합물들은 크게 황을 가진 화합물과 알데하이드라는 화합물로 나뉜다.

김치 냄새 주범은 황화합물과 알데하이드
알데하이드는 과탄산소다를 사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알데하이드는 과산화수소를 만나면 산화해 -COOH를 가지는 유기산으로 변한다. 유기산은 워싱 소다(탄산소다) 같은 염기성 물질과 반응해 냄새가 없는 유기산염으로 바뀐다. 그래서 김치를 담아뒀던 통에 물을 가득 붓고 과산화수소와 워싱 소다로 이뤄진 과탄산소다를 넣어 녹이면 통에서 나던 김치 냄새를 쉽게 없앨 수 있다.

김치 속 황화합물들은 분자 구조 속에 황을 2개 혹은 3개 가지고 있다. 이런 분자들은 휘발성이 있어 톡 쏘는 냄새를 내고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이것들을 물에 녹게 하려면 과산화수소보다 더 강력한 산화제인 락스를 쓰면 된다. 그러면 황산염 이온(SO₄²⁻)이 만들어지면서 물에 녹을 수 있는 상태로 바뀐다.

여기까지만 보면 김치통 냄새는 과탄산소다 수용액으로 한 번 씻은 뒤 묽은 락스로 한 번 더 헹궈 처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작고 물에 잘 녹지 않는 황화합물들이 플라스틱 김치통을 이루는 고분자 사슬이나 뚜껑 고무 패킹의 고분자 사슬 구조 안으로 들어가 껴 버리면 빼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을 빼내겠다고 김치통에 뜨거운 물을 붓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고온에 의해 김치통 자체가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이나 기타 첨가제 성분이 용출될 위험도 증가한다. 플라스틱 내구성도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표면적이 크고 다공성 구조를 가진 활성탄을 써보자. 과탄산소다나 묽은 락스로 김치통 내부 벽을 깨끗하게 닦아낸 다음 키친타월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활성탄을 깔아둔 후 뚜껑을 닫으면 끝이다. 김치통 냄새를 만드는 휘발성 분자들이 활성탄 표면에 아주 강하게 달라붙게 된다. 하지만 김치통 안쪽 벽에서 화합물들이 휘발돼 나오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냄새가 즉각 제거되지는 않는다. 빈 김치통에 활성탄을 넣고 밀봉한 후 며칠 혹은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통을 두면 냄새 분자가 기화돼 날아가거나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햇볕은 플라스틱 자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 직사광선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통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떨어져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고양이 모래나 녹차 속 탄닌, 냄새 제거에 도움
김치통 냄새를 제거하는 화학적 원리를 다양한 곳에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다. 냉장고에서 나는 냄새는 알데하이드와 같이 음식물 자체에서 나오는 휘발성 분자들, 그리고 음식물을 세균이 분해하면서 만드는 황화합물 및 유기산 등이 원인이다.

이 가운데 유기산은 염기성 물질을 이용하면 쉽게 없앨 수 있다. 접시에 베이킹소다나 워싱 소다를 넓게 깔아두면 유기산 분자들이 날아와 달라붙는다. 그럼 비누 구조로 바뀌면서 냄새가 사라진다. 황화합물이나 알데하이드 등 냄새를 내는 휘발성 분자 역시 활성탄으로 쉽게 붙잡을 수 있다. 활성탄을 다소 성기게 짠 부직포 주머니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효과적이다. 이런 냄새 분자들은 고양이 모래로도 제거할 수 있다. 고양이 모래는 벤토나이트나 실리카겔과 같이 뛰어난 흡착력을 가진 물질로 이뤄져 있어 냄새 분자를 효과적으로 가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양이 모래를 부직포 주머니에 담아 냉장고 안에 넣어 두는 것도 냉장고 냄새를 없앨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 발 냄새도 사실은 유기산, 황화합물, 그리고 휘발성 분자들이 원인이다. 역시 베이킹소다나 워싱 소다, 활성탄이 든 부직포 주머니를 신발장에 넣어두면 냄새가 많이 사라질 것이다.

녹차에 포함된 탄닌은 황화합물, 알데하이드 등 다양한 악취 분자와 결합해 중화하는 방법으로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하지만 녹차를 마치고 남은 찌꺼기를 모아 냉장고나 신발장에 두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그러니 염기성 물질을 담은 부직포 주머니 하나, 활성탄이나 고양이 모래주머니 하나만 준비하자. 이것들만으로도 신발장이나 냉장고 냄새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사춘기는 처음이라’ 등이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0호에 실렸습니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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