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고지혈증 약이 근육 녹여” 의료 유튜버 믿고 약 끊는 환자들

입력 | 2026-05-22 04:30:00

‘SNS 미검증 의료정보’ 피해 속출
복용 중단 환자, 상태 악화돼 아찔
“의료영상 62%, 개인경험-근거 없어… 데이터 왜곡해 기능식품 판매연결도”
“검증 안된 정보에 건강 해쳐” 지적




조회수 130만 회를 넘긴 유튜브 영상에서 본인을 기능의학 의사라고 소개한 한 개원의는 “고지혈증 치료제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고지혈증 치료제를 먹고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면 오히려 사망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한 치과의사는 “고지혈증 약을 끊고 비타민C를 먹으면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달 학술대회에서 이 영상들을 소개하며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비전공 의사들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다. 이런 정보에 의존해 담당 전문의가 처방한 약을 함부로 끊거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정보가 확산되면서 환자들이 약 복용을 끊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 넘치는 부정확한 정보들이 환자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의사 97% “온라인 정보 믿고 치료 멈춘 환자 경험”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소속 전문의 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6.8%는 ‘잘못된 온라인 정보를 믿고 치료를 중단한 환자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 정보만 믿고 담당의사가 처방한 치료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 지 2주 만에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배로 뛰어 다시 내원한 환자도 있었다.

학회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스타틴’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타틴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와 심혈관 질환의 일차 치료제로 처방되지만 온라인에는 ‘근육이 녹는다’, ‘치매를 유발한다’, ‘당뇨병이 생긴다’ 등의 정보가 퍼져 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효과가 검증된 의약품의 부작용을 확대해석해 복용을 중단하라는 유튜버들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했다. 박상민 노원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일부 유튜버들이 의료나 건강 정보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연결하기도 한다”고 했다.

● “암·당뇨 유튜브 영상 62% 근거 부족”

SNS에 등장하는 ‘의사 유튜버’, ‘건강 인플루언서’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이들이 설명하는 의료 정보가 과장·왜곡되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립암센터 강은교 선임연구원이 국제 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저널’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 간호사 등이 암과 당뇨병과 관련해 올린 유튜브 영상 309개 중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 영상은 19.7%에 불과했다. 반면 개인 경험이나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담은 영상은 62.5%에 달했다. 이런데도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영상들은 충분한 근거를 가진 영상보다 조회 수가 평균 35% 높았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경우, 인공지능(AI)이나 비전문가가 전달하는 정보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완치 치료제가 없는 경우 환자의 기대 심리를 겨냥해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유튜브 등에선 “항암 치료를 쉬는 동안 구충제를 복용하면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왜곡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구충제가 세포 분열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탓인데,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치매, 파킨슨병 등 뇌 신경계 퇴행성 질환과 관련해서도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혈류가 개선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허위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 학회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확한 지침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