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 〈131〉 숫자에 담은 속마음
과거 사람들은 1부터 10까지의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남조(南朝) 송나라 포조(鮑照·414∼466)는 숫자를 제재로 삼아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차례로 담은 작품을 남긴 바 있다.
숫자 장난이란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 시는 단순한 숫자 유희를 위해 지은 작품이 아니다. 마지막 10이란 숫자에 이르러 시인은 마침내 속내를 드러낸다. 자신은 10년 동안 공부해도 이룬 것 없는데, 어떤 이는 벼슬만 잘해서 하루아침에 현달한다고 한탄했다. 시에 나오는 감천궁이 한나라 양웅이 ‘감천부(甘泉賦)’를 지어 황제에게 풍간(諷諫)했던 공간임을 고려한다면 당시 세태를 풍자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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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영화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단편’ 포스터. 이 작품은 숫자로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이해하기 어려운 삶을 설명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시는 이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청나라 건륭제가 이 시를 높게 평가해서 본뜬 작품을 여러 수 남긴 바 있다(‘數詩再效鮑照體’ 등). 영화 역시 독특한 형식의 전기 영화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가 굴드의 삶을 구성하는 단편들을 숫자와 연결시켜 제시했다면, 시는 숫자에 빗대어 시인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가난한 선비가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감개를 담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