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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 대신 까만 비닐봉지 들어도 “괜찮아요”

입력 | 2026-05-14 04:30:00

[초록우산, 그리고 초록빛 동행]
할아버지의 귀가 되어주는 일곱 살 소담이
청각장애인 할아버지가 폐지 주워 생계 유지
혼자 일어나서 어린이집 가고 떼쓰지도 않아



‘소담이의 첫 필통, 까만 비닐봉지’ 캠페인 대표 이미지. 초록우산 제공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위, 일곱 살 소담이는 폐지가 가득 쌓인 손수레를 미는 할아버지 뒤를 따라 걷는다. 경적이 끊이질 않지만 청각장애인 할아버지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담이는 할아버지의 귀가 돼 다가오는 위험을 발견할 때마다 작은 손으로 등을 다급히 두드리며 차가 온다는 것을 알린다. 큰 차들이 쉼 없이 오가는 도로 위에서 소담이가 연신 뒤를 돌아보는 이유다.

서로의 보호자가 된 할아버지와 손녀… 폐지 80㎏으로 번 6000원

소담이는 인천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의 불화로 생후 4개월 무렵 조부모의 손에 맡겨졌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소담이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세상의 전부가 됐다.

할아버지는 한때 인정받던 목공예 기술자였지만 13년 전 뇌수막염을 앓은 뒤 청력을 잃었다.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골목 구석구석을 돌며 모은 폐지는 80㎏. 그 대가로 할아버지가 손에 쥐는 돈은 겨우 6000원 남짓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할머니마저 염증성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병원비는 쌓여가고 어린 손녀를 돌보느라 폐지를 줍는 일조차 마음처럼 할 수 없는 날도 많다.

새 학기, 필통을 대신한 ‘검은 비닐봉지’

소담이는 또래보다 조금 일찍 글을 깨쳤다. 청각장애가 있는 할아버지와 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한글을 배웠고 간단한 수어까지 익혔다. 그 덕분인지 받아쓰기 시험에서는 늘 100점을 받는다.

소담이는 새벽녘에 할아버지가 일을 나가고 나면 혼자 일어나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한다. 어린 나이지만 집안 형편을 잘 알기에 떼를 쓰거나 무언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없다.

소담이는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준비된 것은 할머니가 마련해 준 책가방 하나뿐이다. 다른 아이들이 새 옷과 학용품을 준비할 때 소담이는 필통을 대신한 ‘검은 비닐봉지’를 가방에 넣었다.

소담이가 활기차게 새 학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은 소담이와 같은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을 포기하지 않고 또래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소담이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원자들은 초록우산 홈페이지 ‘소담이의 첫 필통, 까만 비닐봉지’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

캠페인을 통한 후원금은 소담이 가족의 생계·교육비 지원 등에 우선 사용되며 이후 비슷한 환경에 놓인 취약계층 아동과 그 가정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큐알 코드를 찍으면 초록우산 ‘소담이의 첫 필통, 까만 비닐봉지’ 캠페인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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