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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팥 한 줌, 몸속 순환 깨우는 힘[정세연의 음식처방]

입력 | 2026-05-10 23:09:00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우리는 흔히 팥을 겨울 간식이나 명절 음식 정도로 여긴다. 동짓날 먹는 팥죽, 오곡밥에 들어가는 곡물, 붕어빵 속 앙금 말이다. 하지만 전통 식치(食治)의 관점에서 보면 팥은 단순히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식재료가 아니라 몸속의 물을 다스리는 음식에 가깝다.

우리 몸의 약 60%는 물이다. 중요한 건 수분량이 아니라 물이 얼마나 깨끗하게 흐르느냐다. 몸을 도시로 비유하면 혈액은 상수도, 림프는 하수도에 가깝다. 혈액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면 림프는 노폐물을 회수하고 염증을 정리하며 면역세포를 이동시키는 청소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현대인의 몸이 쉽게 정체된다는 점이다. 오래 앉아 있고, 짜고 달게 먹고, 운동과 수면이 부족하면 몸속 순환은 금세 느려진다. 아침마다 얼굴과 다리가 붓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도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음식이 바로 팥이다.

한의학에서 팥은 ‘적소두(赤小豆)’라고 부른다. 예부터 몸에 물이 고이거나 순환이 막혔을 때 팥을 활용했다. 팥은 그저 수분만 빼내는 음식이 아니다. 몸속 물을 부드럽게 순환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맑은 물을 받아들이고, 탁한 물을 흘려보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체액 환경 전체를 정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팥을 먹을 때는 충분한 물도 함께 마셔주는 것이 좋다.

팥의 또 다른 장점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이다. 팥의 붉은 껍질에는 안토시아닌, 프로안토시아니딘, 카테킨 계열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혈관을 늙게 만들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팥의 붉은빛 자체가 항산화 색깔인 셈이다.

혈당 관리 측면에서도 팥은 우수하다. 팥의 혈당지수(GI)는 약 2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흰쌀밥, 흰 빵, 면류 등과 비교할 때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지 않는다. 결국 덜 늙고 덜 찌는 식사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팥 음식 대부분에는 설탕이 지나치게 많다. 팥 자체는 건강식이지만 팥빙수, 단팥빵, 호빵 속 앙금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팥의 장점을 살리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팥밥이다. 팥을 삶아 첫물을 한 번 버린 뒤 밥에 섞어 먹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팥싹도 주목받는다. 팥은 원래 소화가 쉽지 않고 피트산 함량이 높아 미네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발아 과정을 거치면 소화 부담은 줄고 항산화 성분은 오히려 증가한다. 물론 좋은 음식도 과하면 탈이 난다. 팥을 지나치게 먹으면 수분이 과도하게 빠져 몸이 더 건조해질 수 있다.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칼륨 부담을 주의해야 한다.

결국 팥의 핵심은 정화다. 몸속 물길을 돌리고, 산화를 줄이고, 혈당의 급격한 파도를 낮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몸 안을 청소하는 음식. 오래전부터 우리의 밥상에 팥이 빠지지 않았던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 모른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세연의 라이프연구소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4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11만 명이다.

※ 정 원장의 ‘해독, 순환, 혈당에 좋은 팥의 효능’ (https://youtu.be/X7XWI6ikNYI)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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