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특히 40, 50대에 많이 진단된다. 가정과 직장에서 가장 바쁜 시기, 암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일상과 사회의 생산성까지 흔든다. 다행히 조기 검진이 확대되면서 대부분 1, 2기에 발견되고 5년 생존율은 90%를 넘지만, 그 이면에는 재발이라는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재발이 되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면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치료는 장기전으로 접어든다. 환자는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가족은 또다시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조기 유방암 치료의 성패는 결국 ‘재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치료의 발전이 곧바로 환자의 혜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임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의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다. 진료실에서는 치료 효과를 설명한 뒤 ‘다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어떤 환자는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비용 앞에서 망설이고, 어떤 환자는 가족과 상의 끝에 포기한다. 실손보험의 혜택을 보기 위해 입원시켜 달라는 요청도 잇따른다.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데도 경제적 여건이 치료 선택을 가르는 현실은 의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다. 어린 자녀를 둔 30, 40대 젊은 엄마들의 현실은 의사로서 특히 마주하고 싶지 않다.
조기 유방암 치료의 목표는 단지 수술을 무사히 마치는 데 있지 않다. 재발을 줄이고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가 오래도록 건강을 지키도록 돕는 데 있다.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면 그 혜택이 일부 환자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방암 치료는 분명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혜택을 어떻게 환자에게 닿게 할 것인가에 있다. 환자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