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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남’ 200편 찍었는데…“2000원도 아쉽다” 농부 된 中배우

입력 | 2026-05-06 16:09:19

(좌) 작품에서 재벌 역할을 연기하는 과거 모습 / (우) 밀짚모자를 쓰고 농사에 전념하고 있는 최근의 일상. ⓒ뉴시스


중국에서 200편이 넘는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배우가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고 농부로 전향한 사연이 화제다.

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배우 장샤오레이(28)는 최근 연기 활동이 급감하자 지난 3월부터 중국 칭하이성 하이둥 지역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장샤오레이는 2023년 말 지인의 소개로 미니시리즈 촬영팀에 합류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중국 미니시리즈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됐다.

그가 주로 맡은 역할은 권위적인 사장이지만 연인에게만은 다정한 이른바 ‘재벌형 남성’ 캐릭터였다. 중국에서는 이를 ‘바쭝’(霸总)이라고 부른다. 장샤오레이는 미니시리즈 산업의 황금기를 경험했다며 “가장 바쁠 때는 3일 내내 쉬지 못하고 촬영을 이어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 “출연 제의 단 한 번”…AI 배우에 밀려난 현실

하지만 상황은 올해 들어 급변했다. 장샤오레이가 받은 출연 제의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마저도 제시된 출연료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었다.

중국 미니시리즈 업계는 AI 기술 도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로 만든 가상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실제 배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한 드라마 제작사가 AI 배우와 전속 계약을 맺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포털 시나닷컴 보도에 따르면, 실제 배우를 기용하는 기존 미니시리즈는 회당 최소 1만 위안(약 210만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그러나 AI가 도입된 뒤 제작비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이 활용된 작품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7%에 불과했던 AI 활용 콘텐츠 비중은 올해 38%까지 증가했다.

● “늘 사람 때리는 역할…현실에선 내가 뺨 맞아”

결국 장샤오레이는 생계를 위해 농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칭하이성 하이둥의 한 고추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부모가 수십 년 동안 고추 농사를 지어온 덕분에 관련 일을 익숙하게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장샤오레이는 농촌 시장에서 직접 고추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1kg당 4위안(약 860원) 수준이다.

장샤오레이는 “현재 내 본업은 고추를 심고 거리에서 파는 일”이라며 “연기할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하겠지만, 기회가 없다면 그냥 농부로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SNS에 털어놓기도 했다. 장샤오레이는 “연기할 때는 사람을 때리는 역할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뺨을 맞고 있다”며 “드라마 속에서는 큰돈을 다루지만, 현실에서는 손님이 10위안(약 2100원)을 내지 않고 가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며 “그래도 결국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재벌형 남성 캐릭터를 연기하던 배우가 농부가 됐다니 충격적이다”, “AI 때문에 배우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반면 “가상 캐릭터는 아직 어색하다”, “결국 사람 배우가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며 실제 배우들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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