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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복에…몸 낮춘 獨총리 “美는 가장 중요한 동맹”

입력 | 2026-05-04 19:54:00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비판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은 독일에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며 태세 전환에 나섰다.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과 자동차 관세율 인상을 발표하자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메르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 등에 비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 메르츠, 주독미군 감축 발표 이틀 만에 “美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3일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내 확신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대서양 관계에 대해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일하는 것도 역시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갈등 해소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미군 감축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지난달 27일 독일 서부의 한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미국이 분명한 전략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전체가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과 에너지 문제를 포함해 망가진 자신의 국가를 고치는 데 더 집중하라”, “독일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메르츠 총리의 이란 전쟁 관련 발언은 국내 선거를 앞둔 정치적 발언이었지만, 트럼프의 분노를 샀다”고 진단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메르츠의 발언이 양국의 (불필요한) 긴장 관계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1일 미 전쟁부(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독미군 5000명을 6∼12개월 내 철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산 승용차 및 트럭에 대한 관세율을 15%에서 25%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날 메르츠 총리는 주독미군 감축에 대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독일 안팎의 불만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주독미군 감축이 트럼프와의 갈등에 따른 보복이냐’는 질문엔 “아무 연관이 없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해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며, 보복으로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메르츠 총리가 올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엔 “미국이 독일 주둔 병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독일 dpa통신이 지적했다.

독일 외교수장도 트럼프 행정부 비위 맞추기에 나섰다. 이날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은 X에 “미국의 긴밀한 우방으로서 우리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요구한 것처럼 이란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 열어야 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한다”고 썼다.

● 독일, 英·佛보다 美에 안보 더 크게 의존

일각에선 메르츠 총리의 태세 전환이 유럽 주요국 중 상대적으로 미국에 안보를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일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핵보유국인 프랑스, 영국과 달리 독일은 미국의 전술핵과 유럽내 허브 공군기지 유치 등을 통한 억제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만큼 자체 안보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

독일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방비를 크게 늘리며 국방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여전히 프랑스와 영국에 비해선 전반적인 국방비 투자가 적은 편이다. 독일 등 유럽 정상들은 4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유럽 내 미군 이탈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4일 순환 배치 성격으로 운용되는 미 육군 1보병사단 1기갑여단, 육군 5군단 산하 2기병 연대가 철수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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