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배상금-해협 통제권 등 담은 이란 제시 14개 수정안 거부 예고 核 원천금지 요구한 美와 이견 커 “선박 장악-석유 압수, 우리는 해적” 트럼프 언급, 국제법 위반 비판 자초
테헤란에 트럼프 입-호르무즈 꿰맨 광고판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실로 꿰매진 푸른 비닐을 둘러 두 나라가 모두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비유한 대형 광고판이 내걸렸다. 최근 이란은 ‘30일 이내 종전’ 등을 포함한 14개 항의 협상안을 미국에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뜻을 보였다. 테헤란=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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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최근 이란이 보내온 14개 항의 협상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란이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47년간 인류와 세계에 저지른 일에 대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며 “(이 안을) 수용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 올 2월 28일 전쟁 발발 후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 등 미국의 기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종전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對)이란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 또한 언급했다. 특히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逆)봉쇄를 통해 이란 항구를 빠져나가려던 선박을 나포한 성과를 자찬하며 ‘해적(pirates)’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란 항만 봉쇄 및 선박 나포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美 “2개월 휴전” vs 이란 “30일 내 휴전”
이란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14개 항의 수정 종전안을 미국에 전달했다. 종전안에는 △미국이 이란에 전쟁 배상금 지급 △미국의 침략 재발 방지 보장 △미군의 이란 주변 지역 철수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해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 △레바논 등 중동 내 모든 전선의 전쟁 종식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행료 징수 등 이란이 기존에 주장해 오던 내용이 또다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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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란 혁명수비대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불가능한 군사작전’ 혹은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나쁜 거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의 전쟁 기한 연장에 대한 소극적 태도, 중국 러시아 유럽의 확전 반대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의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승전 선언까지 검토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전쟁 책임국임을 인정하는 배상금 지급을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란이 빠른 휴전을 촉구한 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이란 내 원유 저장고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진단했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 또한 저장시설 부족 때문에 “선제적으로 원유를 감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 상태가 지속되면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가해져 종전 협상에서 미국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2002년 핵 개발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 20년 넘게 서방의 경제 제재를 겪은 이란이 이미 유정 재가동 기술을 갖춰 이번 감산으로 인한 유전 손상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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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레바논 충돌 격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더딘 가운데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충돌 또한 격화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일에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 120여 곳을 공격했다.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군에 반격 공격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지난달 17일 ‘10일 휴전’에 합의했고, 23일 3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를 향해 “먼저 휴전을 위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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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