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편집부에는 하루에만 수십 건을 넘는 보도자료가 온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관련 소식이다. 편집부는 이 중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추려 기사화한다. 다만, 기업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에는 전문 용어, 혹은 해당 기업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용어가 다수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본지는 보도자료를 해설하는 기획 기사인 ‘뉴스줌인’을 준비했다.
출처: 어도비(2026년 4월 30일)
제목: 어도비, 원활한 고객 경험 오케스트레이션 위해 파트너 생태계 확대
어도비의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인 ‘파이어플라이 AI 어시스턴트(Firefly AI Assistant)’/ 출처=어도비
요약: 어도비가 주요 기술 기업, 에이전시 및 시스템 통합업체를 아우르는 에이전틱 생태계의 대대적인 확장을 발표했다. 어도비는 새로운 엔드-투-엔드 에이전틱 AI 시스템인 ‘어도비 CX 엔터프라이즈(Adobe CX Enterprise)’를 기반으로, 기업 전반에 걸쳐 에이전틱 워크플로우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WS, 앤트로픽,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주요 AI 플랫폼 내에서 어도비의 AI 에이전트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맺었다. 기업은 이를 통해 파편화된 AI 시스템을 통합하고, 고객 경험 오케스트레이션(CXO)을 가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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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등으로 디지털 콘텐츠 창작 생태계를 주도해 온 어도비 역시 오케스트레이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실 어도비는 최근 생성형 AI의 부상과 함께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프롬프트(명령어) 몇 줄로 전문가급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 내는 오픈AI, 미드저니 등 AI 스타트업들의 거센 도전, 쉬운 사용성을 내세운 대체 플랫폼의 부상, 그리고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구독 예산 축소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어도비가 굳건히 구축해 온 ‘전문가 도구’라는 아성을 위협했다. 어도비는 자체 모델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출시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초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향후 기업 고객들이 겪을 저작권 분쟁을 막고자 철저히 합법적인 데이터만 학습시킨 탓에,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으로 자극적인 결과물을 내놓던 경쟁사들보다 시각적 파격이 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어도비가 AI 혁신의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시장은 패닉 셀링(Panic Selling)으로 반응했고, 한때 어도비 주가는 크게 하락하며 심각한 위기감을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파이어플라이의 이 밋밋했던 ‘안전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B2B) 시장에서 어도비만의 무기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경쟁 AI 모델들이 무단 데이터 학습으로 인한 거액의 저작권 소송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저작권 침해 리스크를 극도로 꺼리는 기업 고객들에게 어도비가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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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발표를 통해, 어도비는 자사 소프트웨어 밖으로까지 지원 영역을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챗GPT 엔터프라이즈, 구글 클라우드 등 다른 빅테크의 플랫폼 안에서도 어도비의 기능을 호출해 쓸 수 있도록 생태계를 전면 개방했다. 나아가 아디옌, 페이팔, 스트라이프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결제 기능까지 도입했다. 마케팅 수립부터 고객 응대, 최종 결제 전환까지 비즈니스의 전체 가치 사슬(Value Chain)을 어도비의 AI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어도비의 승부수가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확답할 수 없다. 하지만 크게 추락하던 주가가 최근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에이전틱 AI 비전 발표를 기점으로 바닥을 다지는 흐름에서 알 수 있듯, 시장은 이제 일차원적인 공포를 멈추고 어도비가 제시한 B2B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에 나름의 기대를 걸며 지켜보는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생성형 AI의 파도 속에서 한차례 뼈아픈 위기감을 맛본 어도비가 단순한 ‘콘텐츠 제작 도구’를 넘어 기업 비즈니스의 전체 흐름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터’로 성공적인 진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