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구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장·한림대 의대 교수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 완성돼 있는 게 아니라 일정한 위계와 순서에 따라 발달한다. 뇌 발달은 생명 유지와 관련된 뇌간에서 시작해 변연계를 거쳐 대뇌피질로 확장된다. 대뇌피질 내에서도 감각과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먼저 성숙하고 측두엽과 두정엽을 지나 고차원적 사고와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으로 발달이 진행된다. 영유아기 뇌는 감각과 정서 기능이 먼저 충분히 발달한 뒤에야 복잡한 인지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는 의미다.
3∼5세 영유아기는 오감을 통한 감각 자극, 정서적 안정, 양육자와의 풍부한 언어적 상호작용이 중요하지 문자나 수학 중심의 구조화된 인지 교육을 강하게 주입할 시기가 아니다. 전두엽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기 인지 교육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반복적이고 통제적인 학습 경험은 아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발달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면 주의력 저하, 충동성 증가, 또래와의 상호작용 어려움, 정서적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두통이나 복통 같은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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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영유아 교육은 조기 성취가 아니라 뇌 발달 순서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른 학습이 아니라 발달 시기에 맞는 충분한 놀이와 관계, 안전한 상호작용 환경이다. 보호자와의 눈 맞춤, 언어적 교류, 자발적인 놀이 경험이 건강한 뇌 발달의 핵심이다.
교육부의 대응 방안은 이러한 과학적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영유아 발달권을 보호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부모의 불안을 자극하는 조기 경쟁보다 발달에 맞는 보호와 지원이 우선돼야 함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성구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장·한림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