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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도구로 길들여진 ‘길리어드’의 소녀들이 외쳤다 “자유”

입력 | 2026-04-28 04:30:00

디즈니 글로벌 TV쇼 1위 ‘증언들’
‘핸드메이즈 테일’ 시즌 2 성격
외부서 들어온 소녀가 ‘세계관’ 전복
억압된 10대들 반항심-자아 쏟아내
제작자 “젊은 에너지 보여주고 싶어”



8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훌루 시리즈 ‘증언들’은 길리어드 신정 체제 아래 살아가는 ‘아그네스’(체이스 인피니티)와 길리어드 바깥 세계에서 온 ‘데이지’(루시 할리데이)의 충돌과 유대를 담았다. 다음 달 27일까지 10회를 공개한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길리어드’. 이곳의 여성들은 모든 재산과 권리를 빼앗긴 채 출산을 위한 도구로 취급된다. 하루아침에 시녀로 전락한 ‘준’(엘리자베스 모스)은 지배층 남성을 위해 성적 봉사를 강요당하다 탈출을 감행하는데….

2017년 처음 선보인 뒤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드라마로 자리 잡은 ‘핸드메이즈 테일’. 현실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세계관을 그린 이 작품은 지난해 시즌6까지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공개 직후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 최우수 작품상,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 등을 거머쥐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2017년 공개된 미국 시리즈 ‘핸드메이즈 테일’. 사진 출처 훌루

준이 떠난 뒤 길리어드는 어떻게 됐을까. 전작의 상징인 ‘빨간 망토’는 사라졌지만, 억압은 여전히 또 다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8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훌루의 10부작 시리즈 ‘증언들’은 ‘핸드메이즈 테일’의 마지막회 이후 15년이 지난 시점이 배경. 2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집계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증언들’은 공개 4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TV쇼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전작이 길리어드를 탈출하고자 하는 ‘준’ 한 사람의 시점에서 그려졌다면 ‘증언들’은 화자가 여러 명이다. 첫 번째는 길리어드에서 살아가는 10대 소녀 ‘아그네스 매켄지’(체이스 인피니티). 사령관의 딸로 태어난 아그네스는 신실하고 순종적이다. 미래의 출산을 책임질 여성들을 양성하는 엘리트 학교에 다니는 그는 길리어드의 가치관을 의심 없이 내면화한 모범생이다.

그런 아그네스의 삶이 흔들리는 건 ‘데이지’(루시 할리데이)가 나타나면서다. 데이지는 길리어드 밖에서 건너온 이주자. 두 번째 화자로 등장하는 데이지는 길리어드로 들어오게 된 배경을 풀어가며 이 체제를 뒤엎을 세력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또 자유롭게 사랑하고 꿈꾸던 세상을 경험했던 그는 복종을 삶의 질서로 받아들여 온 아그네스와 동료들의 세계관을 흔든다.

이러한 과정에서 길리어드 체제가 통제할 수 없는 ‘자유를 향한 본능’이 꿈틀댄다. 아그네스를 포함한 사령관의 딸들은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하지만 10대 소녀들은 진정 자신이 바라는 상대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극은 이런 캐릭터들이 억눌려 왔던 욕망과 자아를 각성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그들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증언들’은 엄연히 디스토피아물이지만, 연출적으로 무겁지만은 않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10대 이야기를 다뤘기에 극의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활기를 띤다. 삭막하기만 했던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전작의 주연 배우인 모스가 ‘증언들’의 총괄 프로듀서 겸 배우로 참여한 만큼 두 작품은 서사적으로 긴밀히 맞물려 있다. 전작을 먼저 접하길 추천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선 공식적으로 볼 방법이 없다.

‘핸드메이즈 테일’과 ‘증언들’은 모두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이 원작. 사실 애트우드 작가는 ‘시녀 이야기’(1985년)의 후속 소설을 집필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녀 이야기’가 ‘핸드메이즈 테일’로 제작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그렇게 전작 출간 뒤 34년 만인 2019년에 내놓은 후속 소설이 ‘증언들’이다.

제작자 브루스 밀러는 현지 인터뷰에서 “‘증언들’은 현 시대와도 상당히 관련 있는 내용이다. 여성들에게 끔찍한 만행이 가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성장하는 젊은 여성들은 반항심으로 가득 차 있다”며 “젊은이들의 억누를 수 없는 에너지와 힘, 그리고 낙관주의를 보여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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