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35척 오가던 에너지 수송로, 美봉쇄·이란 고속정 대응에 사실상 마비 해운업계 “정상화까지 수개월 걸릴 수도”…걸프 선박 수백 척·선원 2만명 발 묶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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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열겠다”고 장담한 지 3주 만에, 미국의 이란 연계 선박 봉쇄와 이란의 고속정 대응이 맞물리면서 하루 평균 135척이 오가던 호르무즈 뱃길이 사실상 멈춰 섰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역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평시 하루 평균 135척에 달하던 선박 통항이 현재는 사실상 0척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통항이 급감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이란 연계 선박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고 이란이 이른바 ‘모기 함대’로 불리는 소형 고속정들을 동원해 맞서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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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에서는 미국의 봉쇄가 오히려 위험 구역을 넓히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00명 넘는 선원이 걸프 안에 발이 묶인 플리트매니지먼트의 라잘링암 수브라마니암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봉쇄를 하면서 선박 위험 지역이 확대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힘겨루기가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8주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의 핵심 전선이 됐다고 짚었다. 이란은 군사력에서 미국에 밀리지만, 호르무즈를 틀어쥐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에 고통을 줄 수 있는 비대칭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격은 이미 에너지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은 전쟁 전보다 57% 줄어든 상태다. 해협이 완전히 다시 열리더라도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장기 폐쇄 이후에는 회복이 부분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초기에는 우회로와 임시 해법도 있었다. 일부 선박은 개별 협상을 통해 안전 통항을 확보했고, 이란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일부 선박의 통항을 허용하면서 제한적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도 했다. 이달 초 잠정 휴전 분위기 속에서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가 통항 재개 가능성을 검토했고, 지난 11일에는 초대형 유조선 3척이 해협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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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안에 묶인 선박 수백 척과 선원 2만명도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선주와 선박 관리업체들은 선원들과 매일 연락하며 식량과 물, 상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선원은 계약 만료로 교대했지만, 새 인력을 구하는 일도 어렵고 비용도 크게 오른 상태다.
선주사 CMB.TECH의 알렉산더 사베리스 최고경영자는 “현재로서는 어느 정부로부터도 안전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박들이 해협을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