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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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소비촉진정책은 대개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선한 목적을 내세운다. 관광 분야만 보더라도 ‘숙박할인권’, ‘여행이용권’, ‘반값여행’처럼 이름은 달라도 국민의 눈에는 비슷비슷한 할인이나 환급으로 보이기 쉽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실제로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내는지, 아니면 어차피 일어날 소비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데 그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정책의 가치는 의도의 순수함이 아니라, 정책 대상의 행동을 바꾸는 과학적 설계에서 결정된다.
경제학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사람은 잘 설계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단순히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얼어붙은 소비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핵심은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도록 유도되느냐에 있다. 최근 주목받는 ‘반값여행’ 제도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관광정책과 결이 다르다. 이 제도는 단순히 여행비를 깎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의 지출 경로와 예산의 흐름이 바뀌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20만 원이라는 지출 임계점에 인센티브를 집중한 설계다. 이 제도는 관광 소비액의 50%를 지원하되 1인당 10만 원의 상한을 둠으로써 관광객이 20만 원까지는 추가 지출의 실질 부담을 낮게 느끼도록 만든다. 10만 원을 쓰면 5만 원을, 20만 원을 쓰면 10만 원을 돌려받는다. 임계점 직전까지 추가로 쓰는 1만 원마다 5000원이 곧바로 환급되는 구조는 추가 지출 유인을 강하게 자극한다. 반면 20만 원을 넘는 순간 보조는 멈춘다. 임계점을 살짝 넘는 구간에서는 어차피 더 쓸 소비자에게 보조금이 흘러가 사중손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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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목표 지역 안에 머무르도록 설계한 점도 인상적이다. 여행경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구소멸지역의 경제를 살리려면 예산이 지역 밖으로 새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지역화폐로 환급함으로써 관광객의 지출이 지역 안에서 먹고, 자고, 체험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반값여행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좋은 정책은 목적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설계로 증명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책 현실에서는 정책을 먼저 정해 놓고, 나중에 사후적으로 근거를 덧붙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질문, 곧 정책 대상의 행동이 어디서 어떻게 바뀌는지 충분히 따지지 못한다.
정책 당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더 많이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 변화를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정교한 답변이다. 정책은 처음부터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설계되고, 시행 뒤에는 성과 평가로 검증돼야 한다. 그 효과는 보조금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추가 소비분, 곧 순효과로 측정된다. 사후 평가가 빠지면 이 순효과는 알 수 없고, 같은 설계의 실수가 다음 정책에서 반복된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시작에서 갈린다. 의도가 아니라 설계가 그 시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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