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사진 no. 161 (2026년 4월 25일)
● 두 장의 선박 나포 사진의 앵글 차이
이번 주 4월 24일자 국내 한 신문의 국제면에 두 장의 선박 나포 사진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오른쪽은 미국 해병대원들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선박 갑판으로 내려오는 야간 작전 장면입니다. 초록빛이 나는 이유는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만큼 긴박하고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U.S. Marines depart amphibious assault ship USS Tripoli (LHA 7) by helicopter and transit over the Arabian Sea to board and seize M/V Touska. The Marines rappelled onto the Iranian-flagged vessel, April 20, after guided-missile destroyer USS Spruance (DDG 111) disabled Touska’s propulsion when the commercial ship failed to comply with repeated warnings from U.S. forces over a six-hour period. 0:07 / 0:33 1:14 PM · Apr 20, 2026 //US CENTCOM X
이란 국영TV가 혁명수비대가 선박을 나포했다고 발표하며 공개했다고 알려진 영상. X 캡쳐
두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앵글입니다.
미국 사진은 별로 선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토리 연결도 영상 자체만으로는 잘 안됩니다. 야간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작전을 수행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촬영된 느낌을 줍니다. 공격 헬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선박의 갑판,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해병의 몸, 어둠 속 녹색 실루엣. 이것은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이 직접 찍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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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는 이렇습니다. 4월 19일,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가 미국의 봉쇄를 뚫으려다 적발됐습니다.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가 6시간에 걸쳐 경고를 보냈지만 투스카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프루언스는 투스카의 엔진룸을 향해 5인치 함포를 발사해 추진력을 무력화했습니다.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에서 출발한 31해병원정대 해병들이 MH-60S 시호크 헬기를 타고 날아와 로프를 타고 갑판으로 내려왔습니다. 미군(CENTCOM)은 이 전 과정을 담은 33초짜리 야간 적외선 영상을 4월 20일 X에 공개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사흘 뒤 맞받았습니다. 4월 22일, MSC 에파미논다스와 MSC 프란체스카 두 척의 컨테이너선을 나포했다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낮이었고 조명도 정상이었습니다. 화면은 너무 깔끔하고 너무 조용했습니다. 선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저항도 없었고 긴장감도 없었습니다. “대외 선전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는 뉴스 해설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미국은 4월 23일 또 한 번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인도양에서 유조선 머제스틱 X를 나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선박은 기니 국적으로 등록됐지만 이전 이름은 피닉스였고 2024년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이었습니다. 이란산 원유를 밀수하던 선박이었습니다. 국방부는 “이란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선박을 어디서든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란이 거리에서 만든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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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이란 국회의장 갈리바프가 미국과의 휴전 협상을 위해 이슬라마바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미나브 168 희생 아이들 사진을 살피고 있다. X 캡처.
AP/뉴시스
● 트럼프가 SNS에서 직접 만든 이미지
같은 시각,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폭스뉴스 방송 화면을 캡처해 올렸습니다. 군함 사진에 “AND DISCONTINUE TRANSIT(운송 중단)”이라는 자막이 박혀 있습니다. 트럼프가 뉴스 방송 화면을 캡처해 직접 SNS에 게시한 장면입니다.
트럼프가 본인의 트루스소셜 게시물로 올린 이란 항구 봉쇄 경고 방송. 사진 출처 트루스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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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콘텐츠 전쟁의 뉴노멀
전쟁이 컨텐츠의 차원에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한 장의 장면, 한 편의 밈, 33초짜리 야간 영상이 전쟁의 도구입니다. 이란의 걸개그림도, 트럼프의 군함 사진도, 혁명수비대의 나포 영상도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보는 순간 읽히는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모두 기자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 이란 시위 사진이 왜 이것뿐이었는지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백년사진 No.147, 동아일보, 2026.01.17) 당시 외신을 통해 들어온 이란 현지 사진은 두 종류뿐이었습니다. 이란 정부가 허용한 사진과 친정부 집회 장면. 반정부 시위대의 모습은 SNS를 통해 겨우겨우 외부 세계로 흘러나왔습니다. 한 손으로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다른 손으로는 카메라와 인터넷을 통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신문 1면들과 군사 영상들은 그 통제 기술이 전쟁 국면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미국을 상대로 한 콘텐츠 전쟁에서는 아직 따라잡지 못한 영역이 있습니다.
장비의 차이가 아닙니다. 드론까지 동원했지만 이란의 영상에는 긴장감이 없었습니다. 카메라가 작전 밖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감각의 차이입니다. AI 밈으로는 트럼프를 조롱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 군사 영상에서는 미국의 연출력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콘텐츠 전쟁에도 격차가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미지로만 싸우는 전쟁이면 차라리 낫겠다고. 실제 폭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희생되는 장면, 그리고 이번 전쟁으로 이란과 일부 아랍인들의 마음에 쌓인 분노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미국 시민들을 보복의 두려움 속에 살게 할지를 상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콘텐츠로 싸우는 전쟁은 다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폭탄으로 싸우는 전쟁은 지옥을 만듭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