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일등공신 제주소방 구조견들 “동정의 시선 아닌 전문가로 존중받길”
구조견 나르샤와 핸들러 강찬우 소방교 제주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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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견 강호와 고상혁 소방교(제주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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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고사리철을 맞아 실종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미로와 같은 수풀 속에서 오직 후각 하나로 실종자를 찾아내는 119구조견들의 활약상이 주목받고 있다.
25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제주에는 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소속 ‘달래’(벨지안 마리노이즈), ‘나르샤’(래브라도 리트리버), ‘강호’(저먼 셰퍼드) 등 3마리의 구조견이 활약 중이다.
이들은 국가공인 자격 1~2급을 보유한 베테랑들로 구조견 3명의 핸들러(강승철 소방위, 강찬우 소방교, 고상혁 소방교)와 현장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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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현장에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기 마련이다.
‘나르샤’의 핸들러인 강찬우 소방교는 2024년 은퇴한 ‘초롱이’와 호흡을 맞췄을 당시 잊지 못할 구조자가 있다.
강 소방교는 “2024년 4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는데 고사리를 꺾으러 나갔던 아주머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날은 저물어가고 비 때문에 냄새가 씻겨 나갈까 봐 마음이 급했다”고 회상했다.
강 소방교는 시간을 단축하려고 일반 등산로나 길을 포기하고 거친 수풀을 일직선으로 헤치며 달려갔다. 한참을 수색하던 중, 갑자기 초롱이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무언가를 감지한 듯 꼬리를 흔들며 앞서 달려갔고 그 끝에는 실종자가 비에 젖은 채 쓰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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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견 달래와 강승철 소방위. 제주소방본부 제공.
혹독한 훈련 선출…“묵묵히 임무수행하는 모습 뭉클”
구조견들은 단순히 영리한 개를 뽑는 게 아니다. 대구 중앙119구조본부 내 구조견교육대에서 엄격한 양성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사람과의 친화력, 소음이나 낯선 환경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대담함, 그리고 후각 활용 능력이 특출나야 후보견이 될 수 있다. 후보견 가운데 약 2년 동안 산악 실종자 수색은 물론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사람을 찾는 재난 수색, 헬기 하강, 각종 장애물 극복 등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소수의 정예견들만이 각 시·도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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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원들은 대화로 작전을 짜지만, 핸들러와 구조견은 말을 섞을 수 없다. 대신 핸들러는 견의 작은 귀 움직임, 꼬리의 각도, 숨소리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무언의 대화인 셈이다.
강 소방교는 “사람들은 구조견이 늘 용감할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도 생명체이기에 극한 상황에서는 공포와 망설임을 느낀다”며 “그런데도 오직 핸들러를 믿는 마음 하나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구조견을 포함한 모든 사역견 친구가 ‘일만 하느라 불쌍하다’는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누구보다 멋진 일을 해내는 전문가’라는 존중의 시선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