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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대신 운동화 신는 승무원[횡설수설/우경임]

입력 | 2026-04-24 23:18:00


승무원들은 평소 항공 사고가 나면 골든타임인 90초 안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도록 훈련받는다. 이른바 ‘90초 룰’이다. 2024년 1월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던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이륙 대기 중인 항공기와 충돌했다. 벌건 화염이 치솟았으나 승무원의 침착한 안내에 따라 탑승자 379명 전원이 탈출했다. ‘90초 룰’을 지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사고를 겪은 JAL은 지난해부터 승무원이 운동화를 신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20년부터 여성 승무원이 굽 높은 구두 대신 단화를 신을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아예 구두를 벗도록 한 것이다.

▷대한항공도 승무원이 운동화를 신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창립 이래 57년간 고수했던 3∼5cm 굽 있는 구두 의무 착용 원칙 폐지를 논의한다고 한다.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가 운동화를 허용한 데 이어 승무원만 1만 명인 대형 항공사도 동참함으로써 항공업계의 엄격한 복장 금기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2월부터 안경 착용도 허용했다.

▷장거리 비행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하루 1만5000보 이상을 걷고 14시간 이상 서서 일한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 보면 그 불편한 복장으로 어떻게 강도 높은 노동을 소화하는지 딱할 정도다. 특히 여성 승무원의 달라붙는 유니폼과 굽 높은 구두는 능률을 떨어뜨리고 만성피로를 불러오는 원인으로 꼽힌다. 구두를 신고 종종걸음 하는 승무원들은 직업병처럼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다. 몸매가 드러나는 유니폼을 입고 허리를 숙이거나 짐을 올리면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속살이 보이기도 쉽다. 이 때문에 성희롱이나 몰카 촬영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건강 고려 없이 여성성을 강요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복장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현재 유니폼은 좁은 기내에서 일하기에 불편할 뿐 아니라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이 입기에도 부적절하다. 2023년 5월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 여객기에서 한 승객이 “답답하다”며 213m 상공에서 비상문을 열어젖혔다. 승객들의 비명 소리 속에서도 무사히 착륙했지만, 나중에 공개된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됐다. 꽉 끼는 치마 유니폼을 입은 채 구두를 신은 여성 승무원이 두 팔을 벌린 어정쩡한 자세로 비상문을 막고 있었다.

▷승무원의 용모와 엄격한 복장 규정은 항공업계의 브랜드 전략이다. 델타항공 복장 규정은 ‘승무원이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고객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적고 있다. 국내 항공사 승무원도 한파에도 빳빳이 다린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고,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까지 규칙에 따라야 한다. 비행기를 대중교통처럼 이용하는 시대다. 항공업계의 브랜드 전략도 고급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기보다 안전에 대한 신뢰를 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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