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경제학/벤 추 지음·고한석 옮김/408쪽·2만5000원·메디치미디어
세계화로 촘촘히 연결된 국제 경제에서 이런 위기가 현실화될 때마다 떠오르는 주장이 있다. 국가안보와 주권,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외 의존을 줄이고 핵심 산업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관세를 수단으로 동원하자고 주장한다.
영국 경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런 주장을 ‘고립 경제학(Exile Economics)’이라고 명명했다. 자급자족에 대한 이런 환상은 그 기원을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됐다. 정치적 좌우를 가리지도 않는다. 관세 폭탄으로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를 지키겠다고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인 고립 경제학의 신봉자로 공화당원이다. 그러나 중국의 전기차·반도체 굴기를 안보 위기로 규정한 건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었다. 국내 산업계의 로비와 노동자의 분노에 직면한 정치인이라면 고립 경제학의 유혹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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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계화는 분야별로 승자와 패자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풍요와 기술 발전을 가져왔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책은 강조한다. 공급망의 구멍이 뚫렸을 때를 대비해야 하지만 허황된 자급자족 대신 공급망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핵심 물자를 비축하고, 무역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