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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 인사이트]부서 간 불통의 벽… 해법은 관찰-소통 통한 ‘원 컴퍼니’

입력 | 2026-04-23 23:09:00

게티이미지뱅크


노르웨이 최대 은행 DNB의 혁신팀 직원은 리테일 뱅킹 부서 동료를 따라다니다가 고객 불편 하나를 발견했다. 팬데믹으로 지점이 닫히자 18세 청년과 신규 이민자들이 디지털 금융 거래에 필요한 신분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혁신팀은 고해상도 여권 사진과 얼굴 인식 기술을 결합한 비대면 신분 확인 방식을 제안했고, 이는 실제 문제 해결로 이어졌다.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디지털 혁신 때문만이 아니다. 기술 부서가 영업 현장의 하루를 직접 들여다봤을 때 조직 안에서 보이지 않던 고객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이 핵심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부서와 지역을 넘어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는 ‘원 컴퍼니(one-company)’ 운영 모델에 주목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연구에 따르면 원 컴퍼니 모델을 채택한 기업은 고성과 조직 상위 25%에 속할 가능성이 ‘지역 자율성 중심’ 모델을 택한 기업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레버, 지멘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 접근법으로 규모의 경제와 통합 서비스를 추구해 온 이유다.

하지만 조직도를 바꾸고 슬로건을 내건다고 ‘하나의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벽은 부서 간 사일로(Silo·소통하지 않는 것)와 관성적 사고다. 각 부서가 저마다의 목표와 언어에 갇히면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서로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협업은 강의나 교육만으로 익히기 어렵다. 다른 부서가 어떤 제약 속에서 일하고, 고객을 어떻게 만나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직접 봐야 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방식이 ‘직원 섀도잉(employee shadowing)’이다. 직원 섀도잉은 위계와 부서의 경계를 넘어 동료의 업무 현장을 직접 관찰하는 방식이다. 동료가 직면한 과제, 문제 해결 방식, 팀 내 상호작용을 지켜보게 하며 협업을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바꾼다.

DNB는 섀도잉을 도입한 2020년, 사상 최대 재무 성과를 기록했다. 당시 회사는 금융산업의 급격한 디지털화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핀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들어왔고, 고객과 규제당국의 요구도 높았다. 셰르스틴 브라텐 DNB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기술, 지원 기능을 서로 분리된 영역으로 보는 관점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DNB는 조직 전체를 ‘ONE DNB’라는 기치 아래 결집시키는 전략을 추진했다.

DNB가 진단한 협업의 장벽은 세 가지였다. 제대로 듣지 않는 태도, 타 부서에 대한 공감 부족, 피드백을 피하는 문화였다. 경청이 부족하면 중요한 학습 기회를 놓친다. 공감이 부족하면 다른 부서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한다. 피드백을 피하면 개선 기회가 사라진다. 결국 사일로는 조직 구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일하는 방식의 문제였다.

DNB는 섀도잉을 단순한 참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직급과 부서의 직원을 짝지어 공통 목표를 정하고 사전 미팅에서 비밀 유지와 피드백 원칙을 합의하게 했다. 관찰자는 최소 반나절 동안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고 침묵 속에서 파트너의 회의, 고객 응대, 교육 세션 등을 지켜봤다. 특별한 이벤트보다 평범한 일상 회의에서 감정의 흐름, 말하지 않는 갈등, 포용과 배제의 문제가 더 잘 드러났다.

관찰 이후에는 구체적인 장면과 행동을 기록하고, 파트너와 최소 1시간 이상 디브리핑(Debriefing·사후설명)을 진행했다. 이후 세 쌍의 섀도잉 파트너가 내부 코치와 함께 경험을 공유하며 개인의 깨달음을 조직 차원의 학습으로 확장했다. 마지막 통합 세션에서는 전략 실행, 조직 민첩성, 리더십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직원들은 이후 인식이 달라졌다. “왜 저 부서는 저렇게 느릴까”라는 불만은 “저 부서가 이런 제약 속에서 일하고 있었구나”라는 이해로 바뀌었다. 회의에서도 비판을 피하기보다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늘었다. 일부 임원들도 자발적으로 섀도잉에 계속 참여했다. 이들은 섀도잉을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과 개인 리더십을 함께 키우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원 컴퍼니는 조직도를 바꾼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슬로건만으로 사일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부서의 하루를 직접 보고, 그 안에서 고객 문제와 조직의 병목을 발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DNB의 사례는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는 조직이 회의실의 구호가 아니라 동료의 일을 관찰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원 컴퍼니를 위한 섀도잉 전략’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나 토겔 IMD 리더십 교수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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