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에 에너지 양극화 심화 美-유럽-中-日 등 ‘원유 영끌’ 나서고 저개발국들은 구매 제한 비상 체제 “코로나 백신 사재기처럼 빈국 소외”
15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발발 뒤 심해지고 있는 에너지 부족과 고유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필리핀은 지난달 휘발유 가격 폭등에 직면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닐라=AP 뉴시스
22일 뉴욕타임스(NYT)는 호르무즈 해협발 원유 부족으로 인한 사재기가 벌어져 실제 공급 감소 이상의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이 에너지 물량을 선점하고 수출을 제한하면서 저발전국들에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 일본, 총리 나서 멕시코서 ‘원유 영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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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직접 ‘원유 영끌’에 나섰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 멕시코로부터 원유 100만 배럴을 확보했으며, 7월 일본에 들여올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21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이를 요청해 합의한 데 따른 것.
이번 멕시코 도입 물량은 일본 하루 원유 소비량(약 170만 배럴)의 약 60%에 불과하지만, 멕시코산 원유 구매 채널을 다시 뚫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본의 원유 수입처는 2016년만 해도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에 이어 멕시코가 7위였지만 최근엔 거의 수입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세계 11위 산유국으로 세계 원유 시장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입의 ‘탈중동’ 바람이 가속되는 가운데 일본이 산유국과 새롭게 원유 공급에 합의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 코로나19 백신 사재기처럼 ‘정글의 법칙’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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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라 베버 미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현 상황을 “정글의 법칙의 현장이 됐다”고 진단했고,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각국이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고 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공동성명에서 에너지 비축 및 수출 금지 자제를 촉구했다. 이는 중국과 태국이 자국 수요를 위해 항공유 수출을 중단한 직후에 발표됐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