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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ECH 글로벌 리더스] 〈LG그룹①〉판 뒤집기 나선 LG… AI 생태계 본격 구축

입력 | 2026-04-23 10:00:00




LG그룹이 서비스와 솔루션 중심의 미래형 테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과거 가전과 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 분야에서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구광모 회장은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우선이라며 ‘속도’ 경영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실행의 속도’는 LG의 주력 사업 전반에서 강력한 체질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독자 모델 ‘엑사원(EXAONE)’을 활용해 제조 공정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전 영역의 효율을 높이는 AX(AI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모빌리티 중심 전장과 배터리 사업 성장세도 주목할 만합니다. 배터리 기술력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부터 램프, 파워트레인까지 모빌리티 대부분 영역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 통합형 핵심 파트너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LG그룹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이른바 골드러시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큰돈을 번 건 아니었습니다. 정작 웃은 건 금을 캐기 위해 모인 광부가 아닌 광부에게 청바지 등 물자를 판 상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금을 캐는 자보다 청바지를 파는 자가 웃는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AI 시대를 준비하는 가운데, 지금도 먼저 웃은 건 반도체 기업들입니다. AI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AI판 골드러시인 셈입니다.

반면 LG그룹은 묵묵히 다른 판을 짜왔습니다. 사실 골드러시에서 광부들이 웃지 못한 건 뒤늦게 기술도 없이 금광으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있는 초기 진입자는 청바지를 판 리바이 스트라우스 형제와 함께 웃을 수 있었습니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속도감 있는 AX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LG 제공


반도체 사업부를 보유하지 않은 LG그룹에게 최근 이어진 반도체 호황은 ‘남의 잔치’였습니다. 하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를 위기가 아닌 재편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서 AI 시대 초기 진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입니다.

LG그룹의 AI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두 가지 큰 축으로 나뉩니다. 먼저 하드웨어는 LG전자의 ‘AI 가전 생태계’입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 모델입니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CES 2026에서 공감지능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으로 고객의 일상 공간을 연결하는 ‘AI 경험’을 제시하며, ‘행동하는 AI(AI in Action)’ 시대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제공


공감에서 행동으로… LG전자의 AI 가전 생태계

LG전자의 AI 전략은 해를 거듭할수록 구체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내세웠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 사무실, 취미공간, 차량 등 다양한 공간 속에 녹아든 공감지능으로 변화하는 고객의 삶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CES에서는 ‘행동하는 AI(AI in Action)’으로 비전을 한 단계 진화시켰습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공감지능이 고객을 위해 직접 행동하기 시작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LG전자가 ▲탁월한 제품 ▲공감지능 ▲연결된 생태계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AI 시대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AI 기능을 탑재한 가전을 넘어서 집 안의 기기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이 핵심 비전입니다.

LG전자의 가정용 온디바이스 AI칩 ‘DQ-C’. LG전자 제공


비전의 기반에는 LG전자가 3년 이상 연구개발 끝에 2023년 선보인 가정용 온디바이스 AI칩 ‘DQ-C’가 있습니다. 클라우드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이 칩은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 주요 가전에 확대 적용되며 LG 하드웨어 경쟁력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LG그룹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류재철 CEO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확산으로 열리는 다양한 사업 기회 가운데 LG전자의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4대 영역에 집중하겠다”며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로봇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직접 설계·생산해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연간 4500만 대 수준의 양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핵심 공급사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입니다. 또한 데이터센터(AIDC) 냉각솔루션 등 신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밸류 재평가’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1일 서울 마곡 LG AI연구원에서 (왼쪽부터)이진식 LG AI연구원 엑사원랩장,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브라이언 카탄자로 엔비디아 응용연구 총괄 부사장, 정소영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가 만나 기술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LG제공


글로벌로 뻗는 엑사원… AI 전략의 심장부

LG 소프트웨어 AI 전략의 심장부는 2020년 설립된 LG AI연구원입니다. 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은 국내 최초의 멀티모달 모델로 출발해, 이제는 글로벌 프런티어 AI 패권 경쟁에 본격 참전한 상황입니다. 올해 1월 공개한 ‘K-엑사원’은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1차 결과물로, 글로벌 AI 성능 평가 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인텔리전스 지수에서 32점을 획득하며 오픈 웨이트 모델 기준 세계 7위, 국내 모델 중에서는 1위에 올랐습니다. 중국(6개)과 미국(3개) 모델이 장악한 글로벌 상위 10위권에서 한국 모델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이달에는 시각 정보 처리와 논리 추론 능력을 대폭 강화한 엑사원 4.5를 공개했습니다. 엑사원 4.5는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주요 지표에서 오픈AI의 GPT-5 mini를 앞지르며 글로벌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K-엑사원의 모달리티 확장을 위한 준비 단계로, LG AI연구원은 올해 8월 프로젝트 2차수 종료 이후 본격적으로 모달리티 확장에 나설 계획입니다.

K-엑사원 생태계 확장을 위해 엔비디아와 기술 동맹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엑사원과 엔비디아 ‘네모트론(Nemotron)’ 오픈 에코시스템을 결합해 전문 분야 특화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입니다. LG AI연구원과 엔비디아는 엑사원 3.0부터 K-엑사원과 엑사원 4.5에 이르는 개발 과정에서 긴밀한 기술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LG CNS가 덱스메이트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트레이닝 시키는 모습. LG CNS 제공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하는 ‘원팀 AI’ 전략

AI연구원과 LG전자만 AI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유플러스 등 계열사가 공동으로 AI 경쟁력을 키우는 ‘원 팀’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협력사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업계는 LG그룹이 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부 부재 속에서도 가전 등 하드웨어 노하우와 엑사원이라는 독자 모델, 계열사 간 원 팀 전략이 맞물린다면 LG그룹이 ‘AI 강자’라는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LG그룹의 AI 전략 Q&A로 알아보기

Q. LG전자의 DQ-C 칩은 무엇인가요?

A. DQ-C 칩은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직접 AI 연산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을 채택한 칩입니다. 사용자의 생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DQ-C 칩은 가전제품 내부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제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합니다. 스마트폰 앱을 업데이트하듯 가전제품의 기능을 계속 진화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셈입니다.

LG전자는 DQ-C를 AI 가전의 핵심 플랫폼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성능을 향상시킨 DQ-C2를 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출시하는 TV, 세탁기, 로봇청소기 등 주요 AI가전에 탑재할 방침입니다.

Q. 엑사원 4.5의 성능은 어떠한가요?

A. 엑사원 4.5는 계약서, 기술 도면, 재무제표, 스캔 문서 등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다루는 복합 문서를 정확하게 읽고 추론하는 능력에 강점이 있습니다.

성능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성능을 측정하는 5개 지표 평균 77.3점을 기록해 오픈AI GPT-5 mini(73.5점), 앤트로픽 클로드 소넷 4.5(74.6점), 중국 큐웬3 235B(77.0점)를 모두 앞섰습니다.

13개 시각 능력 평가 지표 평균 점수에서도 GPT-5 mini와 클로드 소넷 4.5 등을 상회했습니다. 특히 코딩 성능 지표인 라이브코드벤치에서는 81.4점으로 구글의 최신 모델 젬마 4(80.0점)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아울러 엑사원 4.5는 330억 개 파라미터 규모(33B)로 기존 K-엑사원의 약 7분의 1 크기이지만, 하이브리드 어텐션 구조 등을 적용해 텍스트 이해 및 추론 영역에서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Q. LG AI연구원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요?

A. LG AI연구원은 엑사원 개발 과정에서 엔비디아 네모트론 오픈 데이터셋을 활용해 데이터 학습 품질을 확보했으며, 엔비디아는 최신 GPU인 블랙웰(Blackwell)과 AI 개발 플랫폼(NeMo Framework), 추론 성능 강화 소프트웨어(TensorRT-LLM) 등을 제공하며 AI 모델 학습 최적화와 추론 성능과 효율성 향상을 도왔습니다.

실제 성과도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최근 발간한 ‘AI 지수 보고서(AI Index Report)’에 한국이 주목할 만한 AI 모델 5개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중 4개가 ▲국내 최초 추론 모델 ‘엑사원 딥(Deep)’ ▲의료 특화 AI ‘엑사원 패스(Path) 2.0’ ▲국내 첫 하이브리드 모델 ‘엑사원 4.0’ ▲국가대표 AI 모델 ‘K-엑사원’ 등 LG AI연구원의 엑사원 시리즈였습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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