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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스텐트 넣고 산길 160km 완주…“비결은 같이 달려준 동호회”[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6-04-18 12:00:00


사람들이 달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원윤식 네이버클라우드 전무(56)는 악몽 같았던 심근경색 덕분에 지금은 매일 달리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원윤식 네이버클라우드 전무가 한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질주하며 양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20여년 전인 30세 초반,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나서부터 달리기 시작한 원 전무는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160km도 거뜬히 완주하는 ‘철각’이 됐다. 원윤식 전무 제공

원 전무는 30대 초반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장에 스텐트를 삽입했다. 깜짝 놀랐다. 배는 조금 나왔지만 살면서 비만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 안 했기 때문이다. 회사 다니며 고기에 튀김류를 즐기고 술을 마셨던 게 화근이었다. 그때부터 건강을 위해 혼자 달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160km까지 완주하는 ‘철각’이 됐다.

“사실상 죽음 문턱까지 갔다 온 경험은 제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당시엔 젊은 나이라 살 수 있었고, 지금 나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음식도 조절하면서 혼자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 3~4회 한 번에 7~8km를 가볍게 달렸다. 그렇게 10여 년을 혼자 달리다 2015년 경기 성남시 집 근처에서 활동하는 분당마라톤클럽에 가입해 달렸다. 원 전무는 “혼자 달리고 있는데 여럿이 함께 달리고 있는 분들이 있어 클럽을 찾았다”고 했다. 매주 일요일 아침 탄천을 함께 달렸다. 그는 “처음으로 한 번에 20~30km를 달렸다. 대회를 앞두고는 40km 이상을 뛰었다”고 했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달리지 않았던 그에게는 신세계였다. 건강 달리기와 풀코스 완주를 위한 훈련은 차원이 달랐다. 대회에 맞춰 체계적으로 훈련 시켜준 동호회 덕분에 그해 가을 풀코스를 3시간 53분에 완주했다.

원윤식 전무(오른쪽)가 한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다. 원윤식 전무 제공



지금까지 풀코스를 약 30회 완주했고, 최고기록은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20분이다. 2019년부터는 트레일러닝에도 눈을 떴다. 우연히 지리산 일대를 달리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산악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다양한 트레일러닝 대회 50km를 달리다 2022년쯤 손위 동서에 이끌려 삼성전자 사내동호회 ‘인빅투스(INVICTUS·라틴어로 굴하지 않는 의지라는 뜻)’에 합류하면서 극한의 마라톤에 빠졌다. 인빅투스는 울트라마라톤 및 산악마라톤 100km 이상을 달리는 ‘하드코어’ 동호회다. 울트라마라톤은 42.195km 풀코스 이상을 달리는 것으로, 50km, 100km, 200km 등 다양하다.

원 전무는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 100km를 2023년부터 3년 연속 완주했다. 지난해에는 장수 트레일레이스와 트랜스제주에서 100마일(160km)을 연거푸 완주했다. 그는 “코스에 따라 100마일 경기는 160km에서 170km를 달리는데 장수에서는 45시간 30분 컷오프를 25분 앞두고 완주했고, 제주에선 32시간에 완주했다”고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인빅투스 동호회원들과 몽골 고비 사막에서 3일에 걸쳐 160km를 달리는 이벤트 대회에 출전했다. 낮의 뜨거운 사막 열기로 인해 계획보다 짧은 110km를 달리고 포기했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언젠가 고비 사막을 7일간 250km를 달리는 레이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원윤식 전무가 지난해 참가한 트랜스제주 국제트레일러닝 100마일 대회에서 즐겁게 달리고 있다. 원윤식 전무 제공

원 전무는 요즘 삶이 너무 풍요롭다. 그의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한다. 달리기는 이제 아침에 세수하고 밥 먹는 것과 다름없는 일상이 됐다. 원 전무는 “달리기 없는 나의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달리다 죽어도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에 31세 초반 심근경색이라는 위기가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깊이 바꿀 수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약 20년 전 배가 볼록 나와 70kg에 육박하던 체중은 62kg으로 줄었다. 식습관도 바뀌었다. 탄산음료, 튀김류, 육류 섭취를 자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변화는 심폐 기능 향상이다. 아무리 달려도 심장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남들은 빠르다고 하는 속도인 1km당 5분 40초 페이스로 달려도 상대방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해졌지만, 아직 약은 먹고 있다”고 했다. 20년이 넘은 지금도 소량의 아스피린과 고지혈증약을 매일 복용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주치의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원 전무는 2022년 1월 말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달리기 일지를 썼다. 달리면서 느낀 단상도 적었다. 매일 10km를 달렸다. 그해 3000km를 넘게 달렸다. 그 단상을 2023년 초 ‘끔찍해서 오늘도 달립니다’란 책으로 엮었다. 다음은 책의 한 소절이다.

원윤식 전무가 지난해 6월 몽골 고비 사막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 참가해 35km 지점에서 포즈를 취했다. 원윤식 전무 제공.

“3000km를 달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 번에 10km를 달리는 건 더 어렵습니다. 그것도 매일 달린다는 것은 힘듭니다. 그런데 매일 10km를 달리면서 단상들을 기록까지 하는 건 더 힘듭니다. <중략> 기를 쓰고 달리고 기록해 왔습니다. 이제 서서히 강박스러운 아침 루틴의 김을 빼야겠습니다. 그동안 ‘매일 10km & 기록’의 트랩에 갇혀 지낸 것 같습니다. ‘하여, 매일 운동을 하려 하되 피치 못할 사정은 봐준다. 아니, 어지간한 건 용인한다. 즉 건너뛴다. 한 번에 10km를 굳이 뛰려 하지 않는다. 다만 가급적 10km는 달려준다. 생각나는 일들을 끄적이되 없으면 기록증만 달랑 올린다.’ 오래 달리려면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강박의 트랩은 달리기를 멈추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내려놓으면 오래 멀리 달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강박에서 벗어난 뒤 달리기는 더 즐거워졌다. 그래도 달리기는 도전이다. 원 전무의 현재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8월 말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런 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완주다. 이미 출전권을 확보했다. 매일 아침 10km씩 달리는데, 주 2회는 분당 중앙공원에서 언덕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20~30km 긴 거리를 달린다. 근력 운동도 병행한다. 달리기한 뒤 집에서 풀업과 팔굽혀펴기 등 상체 운동을 30분 한다. 하체 스쾃, 런지 등도 꾸준히 한다. “주로 달리다 보니 상·하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원윤식 전무가 지난해 9월 열린 장수트레일레이스 100마일 대회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원윤식 전무 제공

또 하나의 목표는 2027년 보스턴 마라톤 출전이다. 그의 연령대(55~60세) 출전 가능 기록은 3시간 30분이지만, 추첨에서 당첨을 위해서는 3시간 25분 이내 기록이 필요하다. 지난해 3시간 26분에 커트됐다. 2024년 세운 3시간 27분 기록을 지난해 제출하면서 참가 신청했는데 떨어진 것이다. 그는 “3시간 30분 안에 들어도 신청자가 많으면 기록 순으로 출전권을 주기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원 전무에게 26일 충북 음성에서 열리는 제20회 반기문마라톤이 기록 도전의 마지막 기회다.

”달리면서 도전은 일상이 됐어요. UTMB와 보스턴 다녀오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겠죠. 이렇게 도전하면서 사는 삶이 정말 즐겁고 행복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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