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료입장 박물관 20곳은 年 2500억 ‘부수입’ 해외선 예술강좌-숙박-음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원 만들어 2차대전 역사체험 1000만원대 국내선 수익사업 관련 법률 미비…“박물관 영리화 부작용도 대비를”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립 아프리칸아메리칸 역사문화박물관(NMAAHC) 홈페이지에 최근 이런 공지가 올라왔다. 한 방문객 후기를 빌리자면 “박물관의 숨은 보석”인 1층 식당에서 나흘간 특식을 판매한단 내용이다. 1862년 워싱턴의 흑인 노예 3100명이 해방된 날을 기려, 남부의 솔(soul) 푸드인 치킨에 로컬 식재료 ‘멈보 소스’를 끼얹은 메뉴 등을 선보인다.
NMAAHC를 포함해 스미스소니언 재단 소속 국립박물관은 20곳 모두 1년 내내 ‘무료 입장’이다. 하지만 1년간 벌어들인 수입은 2024년 기준 무려 1억7500만 달러(약 2575억 원)에 이른다. 기부금과 정부 지원금을 빼고 식음료와 굿즈 판매, IMAX 극장 관람 등 ‘장사’로만 번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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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 등의 관람료 유료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보다 질 높은 전시 문화와 서비스 제고를 위해 필요하단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통해 수입을 끌어올린 해외 박물관을 참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유료화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박물관 재정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란 주장이다.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은 일반 관람객과 대학생, 전문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유료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수익을 낸다. 사진 출처 박물관 홈페이지
반면 국중박은 일반인 대상 교육과 세미나는 물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뮤지엄 아카데미 종합 과정’까지 모두 무료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교육 사업으로 재원을 확보하면 입장료 문턱을 낮추기도 수월하다”며 “강좌를 유료로 전환하는 대신 소장품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내용의 깊이와 다양성을 확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미국 국립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의 ‘효자 상품’인 사적 탐방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노르망디 라 피에르 전투’에 관해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출처 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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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관람 시행 전에 박물관 영리화로 인한 부작용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미 워싱턴대가 발간한 저널 ‘법학 리뷰’는 “기관별 인지도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졌고, 수익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공익 프로젝트를 등한시하는 폐해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