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연극 ‘빵야’에서 소총 빵야와 빵야를 살펴보는 나나(가운데 사진). 아래 사진은 빵야가 거쳐 온 현장을 연기하는 배우들. 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스타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편성에 계속 실패해 생활비에 쪼들리는 40대 나나. 어느 날 소품창고에서 ‘99식 소총’ 한 자루를 발견하고 편성을 따낼 수 있는 작품을 쓰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작품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소총 ‘빵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뿐. 내내 냉소적이던 빵야는 나나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소총을 의인화해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까지, 아픈 우리 역사를 비춘다. 1945년 2월 인천 조병창에서 태어난 빵야. 짐작할 수 있듯 빵야는 일본군 장교, 독립군, 포수를 비롯해 국군, 학도병, 인민군 등을 거치며 처절한 역사의 상흔이 생긴 현장 곳곳에 있었다. 창작 연극으로 2022년 초연돼 202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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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전쟁은 끝났지만 자본의 지배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분투를 벌여야 하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빵야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나나는 역사를 비추는 각도를 자본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지 고민한다.
빵야, 나나 역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1인 다역을 한다. 빵야 역은 김경수 전성우 김지온 원태민이 맡았다. 나나는 정새별 전성민 김지혜가 연기한다. 박동욱 김현준 이상은 송상훈 허영손 이민규 금보미 이소희 등이 출연한다.
장면 전환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우들은 집중력 높은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천진한 소년과 소녀, 강아지 등을 앙증맞게 표현해 전쟁의 비극을 또렷하게 대비시킨다.
극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드라마를 위해 밀고 당기고 술 마시다 어느 새 정이 드는 나나와 제작자의 줄다리기는 웃음을 준다. ‘오빠는 풍각쟁이’를 깜찍하게 부르는 소녀, 강아지와 뛰어노는 모습은 포화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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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4세 이상 관람가능. 6만∼8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