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표시 상품 4개중 1개 용량 부족 허용 오차만큼 덜 넣어 이익 챙겨 ‘슈링크플레이션’ 음료-술 가장 많아 평균량 도입 등 법개정 추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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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우유업체가 판매하는 200mL 우유. 정부 담당 기관이 이 우유를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무작위로 3개 구매해 확인해 보니, 실제 용량은 평균 191mL만 들어있는 것이 확인됐다. 계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mL 초과∼200mL 이하 우유는 표시량의 4.5%까지 오차가 허용된다. 이 업체는 법으로 문제가 없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적게 제품을 담아 판매하는 꼼수로 소비자를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우유 22개당 1개 값의 이익을 더 챙겼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량 표시 상품 4개 중 1개는 실제 내용량이 제품에 표시된 용량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물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평균량 기준’ 도입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12일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정량 표시 상품 1002개를 대상으로 내용량 적정 여부를 조사한 결과 251개(25.0%) 제품 용량 평균이 표시량보다 부족했다고 밝혔다. 정량 표시 상품이란 화장지, 과자, 우유 등 제품 포장에 ‘2m’, ‘500g’, ‘1.5L’와 같이 길이, 질량, 부피 등을 표시한 상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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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허용오차 내에서는 제조 기업이 상품 내용량을 적게 채워도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00mL 초과∼500mL 이하 제품은 표시량의 3%까지 적게 담는 걸 허용한다. 360mL 소주 1병에 소주잔 5분의 1 정도 양인 10.8mL까지는 적게 들어 있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소주의 경우 제조 원가가 비싼 편이라 조금씩 적게 넣으면 기업에 매우 큰 이득”이라며 “시중에 판매 중인 소주 제품들을 조사해 본 결과 딱 허용 부족량만큼 소주가 적게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1000mL 우유 대신 900mL 우유를 판매하거나, 과자 크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년 전부터 이런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용량을 줄이는 방식은 줄었지만, 최근에는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적게 담는 교묘한 꼼수가 많아졌다.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품목군은 음료수 및 술이 44.8%로 가장 많았다. 콩류(36.8%), 우유(32.4%), 간장 및 식초(31.0%) 등 실생활에서 자주 소비되는 품목도 정량 미달 문제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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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정량 표시 상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며 “평균량 개념 도입과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생활필수품의 내용량이 정확하게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