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5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오찬을 하며 대화하는 모습. 그러나 이 회담 대가로 현대가 정부 몫의 1억 달러를 대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동아일보 DB
공교롭게도 현재 이름도 비슷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을 놓고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활동이 요란하다. 이번 송금의 진상은 아직 모르지만 과거 송금의 진실을 우리는 안다. 등장인물은 달라졌어도 권력의 속성은 거기서 거기다. 그때 그 사건이 가물가물한 바쁜 독자를 위해 간단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대중 정부 대북 송금 의혹의 특별검사 수사 결과 발표를 다룬 동아일보 2003년 6월 26일자 신문.
② DJ는 모든 걸 보고받았다.
③ 그럼에도 DJ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05년에도 “북한에 돈을 줬다는 것은 하나도 안 나타났다”고 했을 정도다.
2003년 2월 대통령 퇴임 직전 DJ는 대국민 사과 및 회견에서 대북송금을 보고받았고 위법성도 알았지만 승인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기의 회담이 돈 주고 산 것이었다니! 2002년 3월 미 의회조사국(CRS) 래리 닉시 선임연구원은 현대가 북한에 몰래 보낸 웃돈 4억 달러가 군사비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월간조선이 그해 5월호에 보도했지만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야당이 국회에서 이를 공식 제기함으로써 나라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불리하면 일단 부인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2000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북과 접촉했던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은 단 1달러도 북에 준 적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래도 그때는 대출 외압설을 세상에 알린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 같은 양심적 공직자가 있었다. 야당이 양적 질적으로 지리멸렬하지 않았다는 점은 더 중요하다. 만일 지금 같았다면? 사실이 그냥 묻히고 말았을 거다.
● 그때도 여권은 특검 수사를 공격했다
2003년 6월 15일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당시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대북 송금 의혹 특검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DB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식 뒤 DJ와 손잡고 단상을 내려오는 모습. 다음날 한나라당은 ‘대북송금 특검’을 국회 통과시켰고 DJ는 끝까지 반대하고 비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럼에도 특검을 공격하는 여권의 모습은 꼭 지금을 보는 듯하다. 민주당 원내총무는 특검 수사가 사법적 테러라고 했다. 이해찬 등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실정법 잣대로 재선 안 된다”고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도 “특검 수사가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사 중인 특검에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은 수사방해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동아일보에 그렇게 지적했던 사람이 현재 국민통합위원장인 이석연 변호사였다.
● 대법원 유죄 판결 나와도 인정 못했던 DJ
DJ는 대북송금 사실을 미리 보고 받았음을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동아일보 2003년 7월 5일자. 이는 특검 수사 발표 때는 나오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열흘 만에 드러났다. DJ는 대북송금의 불법성을 보고받고도 사실상 묵인했다는 관련 인사 진술이 나왔음을 동아일보 취재팀이 수사기록에서 확인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DJ는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고, 기소 또한 되지 않았다.
현대아산 회장 정몽헌은 그해 8월 어마어마한 빚과 슬픔을 떠안고 이승을 떠났다. 2004년 대법원은 “통치행위를 인정한다 해도 절차를 어기고 북한에 송금한 행위 자체는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며 관련자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 쌍방울 대북송금과 절대 비교하지 말기를
더불어민주당이 2월 27일 강행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1차 회의. 과거 대북송금과 이름도 비슷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의 의 ‘조작기소’ 문제가 지금 뜨겁게 불타고 있다.
그가 연어·술파티와 진술 조작이란 것을 처음 주장한 때가 2024년 4월이었다. 이미 2023년 6월 “이 지사에게 대북사업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는데 마침내 ‘조작 기소’가 탄생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2025년 대선 이틀 뒤, 대한민국 대법원은 북한에 건너간 쌍방울 자금 일부가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이었다고 인정했던 것이었다(물론 이 대통령은 제3자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재판은 모두 중지돼 있다).
2023년 7월 12일자 동아일보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방북비 대납을 알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이 보도됐다.
과거 DJ는 모든 걸 보고받았지만 특검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이번 의혹은 그 시절 대북송금과 전혀 상관없다고 믿는다. 절대 비교하지 마시기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손을 맞잡으며 웃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김순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