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잡혀도 벌금 3000만원”… ‘조회수 장사’에 허위영상 무차별 확산

입력 | 2026-04-07 04:30:00

“진천역 불바다” “달러 매각 강제”
AI 이용해 손쉽게 만들어 돈벌이
사회혼란 조성… 정부 수사의뢰
“방치후 수수료 플랫폼도 제재를”




“울산에 비축된 기름 90만 배럴이 북한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개인의 달러를 강제 매각할 수 있다.”

최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이처럼 정부 정책을 왜곡하고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는 가짜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을 틈탄 ‘조회수 장사’다. 전혀 사실이 아닌 이런 가짜 영상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붙잡기가 어렵고, 설령 검거해도 적은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수사 당국 역시 “가짜 영상 유포자는 범죄로 얻는 수익이 처벌로 인한 손실보다 크다고 보고 노골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 부처까지 나서서 “가짜 영상 처벌해 달라”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로부터 가짜 영상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주로 고환율과 고유가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는 허위 정보를 담은 영상이다. 정부 부처가 직접 수사 의뢰에 나선 것은 가짜 영상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혼란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가짜 영상은 큰 혼란을 부추긴다. 지난달 대구 진천역에서 작은 화재가 났을 당시엔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불바다’ 사진이 퍼져 주민이 공포에 떨었다. 회사원 김지영 씨(42)는 “사진 속 인물의 뒷모습이 아버지 같아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같은 달 경북 영주시에서는 한 커피숍이 화염에 휩싸인 듯한 AI 조작 영상이 퍼지면서 소방서에 신고 전화가 폭주했다. “전국 어디서나 80세 이상이면 월 30만 원 ‘장수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가짜 영상 때문에 여러 행정복지센터가 ‘우리 지방자치단체엔 그런 복지 제도가 없다’는 안내문을 입구에 부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관련 허위 정보는 특정인을 비방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적과 처벌이 어렵다. 한 수사 기관 관계자는 “제작자와 유포자를 밝히려면 해외 플랫폼의 협조가 필수인데, ‘허위 정보도 표현의 자유’라며 가입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리스크보다 큰 수익, 플랫폼이 막아야

더 큰 문제는 처벌 리스크보다 기대 수익이 높다는 점이다. 1월 구속된 한 유튜버는 AI로 경찰이 시민을 과잉 진압하는 듯한 조작된 ‘보디캠’ 영상을 올려 누적 조회수 3400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의 조회수 1000회당 수익(RPM)을 1000원으로 가정하면 약 3400만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유튜버에게는 명예훼손(벌금형 상한 5000만 원)보다 약한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통신 혐의(3000만 원)가 적용됐다. 가장 강한 처벌을 받아도 수익이 벌금을 웃도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사람들 다수는 ‘명예훼손으로 안 걸린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고, 처벌받더라도 수익이 더 커 유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짜 영상 제작자나 유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어렵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특정되고 피해액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허위 정책 게시물은 이를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이용하면 영상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가짜 영상은 ‘고수익 사업’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가짜 영상을 방치하는 플랫폼을 제재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짜 영상으로 번 광고 수익의 약 45%를 유튜브 등 플랫폼이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유포자와 플랫폼이 공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가짜 영상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플랫폼이 이를 차단하도록 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7월 시행되지만, 실제로 차단하지 않아도 제재한다는 조항은 없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 영상으로 번 돈을 제작자와 플랫폼 모두에게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