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사진 no. 158
“기업 홀로 싸우던 위조상품 전쟁, 국가가 지원군으로” . 지식재산처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 위조상품 유통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브리핑에 앞서 공무원들이 한류편승상품과 위조상품(짝퉁)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짝퉁’이라는 용어는 1998년 등장
이 날 행사를 하면서 지식재산처는 보도자료에서 ‘’한류편승상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한국의 브랜드에 기대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짝퉁은 아주 낯선 물건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짝퉁’보다 ‘모조품’, ‘가짜’, ‘밀수품’ 같은 말이 더 익숙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흔한 말이 된 ‘짝퉁’이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도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동아일보 지면 기준으로는 1998년 4월 27일이 처음이었습니다. 천리안 ‘클럽10’을 소개한 기사에서 10대 은어 가운데 하나로 ‘빼깔이(백댄서)’ ‘깔쌈하다(멋져보인다)’와 함께 ‘짝퉁(가짜)’이라는 말이 소개됐습니다. 원래는 청소년들끼리 쓰던 말이 어느새 온 사회가 다 아는 말이 된 것입니다.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훑어보니 가짜의 종류는 시대마다 달랐습니다. 1966년에는 밀가루를 섞어 만든 가짜 분유가 있었고, 기름값이 폭등한 1982년에는 대형 탱크까지 갖춘 가짜 휘발유 제조시설이 적발됐습니다. 1983년에는 외제 고급시계 상당수가 홍콩과 일본에서 조립한 모조품이라는 기사가 실렸고, 1985년 명동 거리에는 싸구려 모조 장신구 노점이 연말 야시장을 이뤘습니다.
밀가루 섞어 만든 분유/ 1966년 2월 17일/ 동아일보 DB
가짜 휘발유 제조시설. 지하는 엄청나게 큰 가짜 휘발유 탱크였다./1982년 10월 8일/ 동아일보 DB
경찰은 물엿을 이용해 가짜꿀을 제조 판매한 한국양봉공장(경기도 포천군 이동명 연곡리 97-1)을 급습해 제조중인 가짜 꿀등을 압수했다./ 1990년 11월 23일/ 김동주 기자. 동아일보 DB
압수된 ‘짝퉁’ 명품가방 /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라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 핸드백의 모조품 1350여 점을 팔아 7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상표법 위반 등)로 이모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중 판매가가 3000만 원이 넘는 명품 핸드백의 모조품을 개당 2만∼8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경찰이 증거품으로 압수한 짝퉁 가방들/ 2005년 8월 31일/ 신원건 기자.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압수창고에서 세관 관계자들이 압수한 중국산 담배 및 국산담배 위조품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인천세관은 중국으로부터 국산담배 위조품 12만 3천 갑과 ‘중국산 담배’ 5만 5천 갑 등 총 18만여 갑(시가 12억 원 상당)을 밀수한 일당 10명을 검거, 주범 A씨를 ‘관세법’ 및 ‘상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4일/송은석 기자.
2023년에는 중국산 짝퉁 골프채가 정품으로 둔갑해 유통되다 적발됐고, 2024년에는 가짜 귀걸이 같은 위조상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대강당에서 세관 직원들이 밀수업자 A(39)씨로부터 압수한 중국산 짝퉁 골프채(타이틀리스트, 혼마, 마루망, 다이와)를 살펴보고 있다. A씨는 2021년 8월부터 2년간 중국산 짝퉁 골프채 764세트(정품 시가 총 17억9천만원)를 국내로 몰래 들여온 뒤 정품으로 위장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2023년 12월 6일/ 전영한 기자.
그런데 더 눈에 띄는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도 짝퉁의 피해자가 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2006년에는 해외에서 초코파이와 참이슬을 흉내 낸 한국 식품 짝퉁이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코코파이… 참일술…짝퉁식품 해외서 판친다/ 2006년 7월 12일. 동아일보 DB.
불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브랜드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짜는 대체로 아무 물건이나 베끼지 않습니다. 팔릴 만한 것,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따라 합니다.
2025년 10월 지식재산처의 출범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신호였습니다. 예전에는 위조상품 문제가 개별 기업의 피해나 세관 단속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국가 경쟁력과 수출 질서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허청이 처로 승격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보여줍니다. 특허, 상표, 디자인을 등록하고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쟁 대응과 정책 조정까지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짝퉁이 더 이상 시장의 변두리에 있는 불법상품이 아니라, 한국 산업 전체를 갉아먹을 수 있는 위협으로 격상된 셈입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 처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도입 방안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긴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짝퉁의 역사는 한국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 같기도 합니다. 한때는 외국 브랜드를 흉내 낸 물건이 시장을 돌았고, 이제는 우리 상품이 해외에서 베껴지고 있습니다. 짝퉁의 풍경만 봐도 한국 문화와 산업의 위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짝퉁, 여러분은 어디까지 경험해보셨나요. 예전에 짝퉁 시계나 가방, 운동화를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혹은 해외에서 한국 제품을 흉내 낸 물건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