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지화 10년만에 재검토 나서 이달중 ‘문해력 신장 특별委’ 구성 초중고교 한자교육 부활도 논의 “한자 알아야 맥락 이해” 찬성 주장에… “사교육 부담, 교육 양극화” 우려도
국교위 등은 한자를 함께 쓰면 문맥에서 단어의 뜻을 쉽게 알게 돼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문해력이 한자를 해석하는 능력이 아닌 데다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반대론도 여전히 높다.
●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10년 만에 재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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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자나 한문 교육은 필수가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체험 활동 시간에 교사 재량으로 한자를 가르칠 수 있고 방과후 학교에서 한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중고교에서는 한문이 선택과목 중 하나다.
국교위는 앞으로 한글학회,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전문가 등과 월 1차례 이상 회의를 열 계획이다. 국교위 관계자는 “교과서 한자 병기가 10년 전 논란 끝에 무산됐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문해력 저하가 심각해지고 있어 다양한 여론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번에 한자 병기가 실제 이뤄진다면 1969년 교과과정 개정으로 초등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뒤 처음이다. 2016년 추진했던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기준’에서는 국어 이외 모든 교과서에 학습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한자의 음과 뜻을 병기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과학 ‘태양계와 별’ 단원에 ‘항성(恒星): 항상[恒, 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星, 별 성]’이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 ‘문해력 도움’ vs ‘사교육 부담’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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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모든 단어를 맥락에서 이해할 수는 없는 만큼 초등 5·6학년부터 중학교까지 한자 교육을 하면 문해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며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10년 전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여론에 밀려 정부가 갑자기 병기 정책을 폐기했다”며 “일상에서 한자를 전혀 쓰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이를 고려한 교육과정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반면 한글학회장인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는 “문해력은 한자어의 한자를 해석한다고 느는 것이 아니다”며 “독서를 통해 여러 단어의 문맥을 접해서 어휘를 익히거나 우리말 바꿔 쓰기 등으로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자 교육이 부활하면 사교육이 늘어 학생과 학부모 부담이 커지고 교육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천자문만 배워도 대개의 단어가 가진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글 배우기도 힘든데 한문까지 강제로 가르치라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한자 교육이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학생 간 양극화 심화가 우려돼 적절한 학습량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