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비주(酒)류가 주류인 첫 세대 벼랑 끝 대학가 상권 신촌 등 캠퍼스 주점 5년 새 30%↓ ‘삼겹살-호프-노래방’ 공식 사라져 빈 상가엔 ‘권리금 없음’ 팻말 가득
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폐업 주점 건물에 ‘임대 문의, 권리금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월 1회 이하’ 음주하는 비율이 20대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해 ‘주류’가 되면서 신촌과 대학로 등 대학가에선 주점 폐업이 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조모 씨(52)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피크 타임인데도 가게 안 테이블 9개 중 손님이 앉은 곳은 2개뿐이었다. 그마저도 한 테이블의 대학생 손님들은 콜라 1병을 시켜 나눠 마시고 있었다. 조 씨는 “기껏 온 손님도 술을 아예 안 시키거나 제로 콜라 1잔으로 2, 3시간을 버틴다”고 말했다. 냉장고 3개 중 2개는 콜라와 사이다로 채운 상태였다.
이날 대학로 골목은 폐업한 술집이 늘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성균관대 정문 인근 상가에도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일부 고깃집은 별다른 안내 없이 문을 닫았다. 인근에서 한식 주점을 운영하는 김연진 씨(48)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넘게 줄었다”며 “그렇다고 월세가 싸지도 않아, 못 버티고 떠난 자리에 새 가게가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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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신촌 상권도 폐업한 술집이 한 집 건너 눈에 띄었다. 문을 닫은 점포 유리에 ‘권리금 없음’ 팻말을 붙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권리금마저 받지 못할 정도로 상권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신촌에서 10년 가까이 주점을 운영해 왔다는 최동원 씨(62)는 “건물 1층에는 1차 고깃집이, 2층엔 호프, 3층엔 노래방이 있던 이른바 ‘신촌 공식’은 이미 옛날얘기가 됐다”며 “폐업하면서 간판조차 치우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술 소비가 줄자 일부 주점은 소주 한 컵에 얼음을 탄 2000원짜리 ‘잔술’을 팔기도 했다. 신촌에서 중식 프랜차이즈 주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1년 전쯤 본사에서 추가한 메뉴”라며 “처음 잔술을 도입할 땐 반신반의했지만 (술을 잘 안 마시는) 대학생 손님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 나름대로 잘 팔린다”고 말했다.
그나마 팔리는 건 소주나 맥주가 아닌 칵테일이나 위스키 등이라고 한다. 한성대 재학생 노태원 씨(25)는 “대학로 등에서 술집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소맥 폭탄주’보다는 맛있는 안주에 반주를 곁들이는 것을 선호하는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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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코올 맥주 등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그간 술만 팔았던 주점에 자사 무알코올 맥주를 들이기 위해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 등 유통 채널들도 자체 상품(PB) 등을 통한 무알코올 주류 제품 발매에 나서는 등 대학생 공략을 진행 중이다.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