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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50달러땐 혹독한 침체”…2경 굴리는 ‘월가 거물’의 경고

입력 | 2026-03-25 17:45:13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뉴욕 딜북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최근 유가 급등과 관련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사진=Getty Images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세계 경제가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질 경우 고유가가 수년간 지속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운용자산 약 2경 원)의 래리 핑크 회장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100~150달러 수준에서 수년간 이어지면 매우 가파르고 혹독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핑크 회장은 특히 이란과 중동 정세가 향후 유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봤다. 갈등이 완화되면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긴장이 지속될 경우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 “고유가는 사실상 역진세”…서민 부담 커진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사실상 역진세와 같아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특정 에너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석유·가스와 함께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를 병행하는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값싼 에너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장과 생활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 “AI 경쟁의 핵심은 전기”…투자 흐름도 바뀐다


핑크 회장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AI 거품론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경쟁의 핵심이 반도체가 아니라 에너지 비용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술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충분히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AI 확산의 가장 큰 제약은 칩이 아니라 전력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이 태양광과 원자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달리, 유럽은 실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AI 경쟁도 ‘누가 더 싸게 전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엔 “0%”

일각에서 제기되는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핑크 회장은 “당시와 유사점은 전혀 없다”고 단언하며 현재 금융 시스템이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펀드의 환매 제한 등이 거론되지만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며,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 “대학보다 기술”…AI 시대, 일자리 기준이 바뀐다

AI 확산은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핑크 회장은 전기공, 배관공, 용접공 등 이른바 ‘손 기술 기반 직업’의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 확산은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며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력 인프라와 물리적 설비를 다루는 직종에서 고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면 AI가 발전할수록 일부 사무직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핑크 회장은 “그동안 은행, 미디어, 법률 등 특정 직업군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해 왔다”며 “손 기술을 가진 일을 선택했어야 할 사람들까지 대학 교육으로 몰아넣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후 미국은 모든 젊은이에게 대학 진학을 권장하는 교육 체계를 구축했지만, 결과적으로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전기공이나 배관공 같은 직업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커리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AI가 사무직 중심의 일자리를 일부 대체하는 대신, 에너지·인프라·설비와 같은 ‘물리적 영역’의 기술직 수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 팩트 필터|핵심만 보면
유가 150달러 장기화 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
AI 경쟁의 핵심 변수는 ‘전력 비용’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은 낮음
기술직 중심으로 노동시장 변화 전망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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