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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보력은 지난달 28일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암살 때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하메네이 경호원들의 차량 번호와 출퇴근 경로를 꿰고 있던 모사드는 수도 테헤란의 교통 카메라를 해킹해 이들이 비밀 관저로 향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외부에서 경호원들에게 위험 징후를 알리지 못하도록 주변 기지국을 교란시켜 전화를 걸어도 ‘통화 중’ 신호가 뜨게 했다. 결국 관저 지하 벙커에 모인 하메네이와 주요 수뇌부는 이날 오전 9시 45분 일거에 제거됐다.
▷모사드의 정보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도 움직였다. “이란을 침공하면 며칠 내에 반대 세력을 규합해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모사드의 보고가 트럼프의 공습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이란 공격 직후 이란 국민들에게 “우리가 작전을 끝내면 정부를 장악하라. 이란 정부는 여러분의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반정부 시위로 이란 정권이 흔들리는 지금이 핵을 폐기시킬 적기로 본 것 같다.
▷하지만 수뇌부가 사라지면 정권이 무너질 것이란 정보는 오판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쟁 한 달이 다 되도록 이란 정권은 건재한 상태다. 핵심 세력인 혁명수비대는 무력 집단인 동시에 석유 등 국가 기간산업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백업 시스템을 촘촘히 갖춰 수뇌부가 제거되면 곧바로 후계자가 채워지는 구조다. 하메네이보다 더 강경한 차남이 뒤를 잇게 된 가운데 반대 진영은 구심점 없이 무력한 상태다. 국민들 역시 “변화를 원하지만 전쟁을 원했던 건 아니다”라면서 봉기의 동력도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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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란 전쟁에선 모사드가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의도된 오판’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사드를 제외한 이스라엘의 다른 정보기관들은 체제 붕괴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사드의 정보를 앞세워 트럼프를 설득했다고 한다. 네타냐후는 며칠 전 “이란 국민들이 정권을 무너뜨릴지 확실히 말할 순 없다. 무너지진 않아도 약해지긴 할 것”이라며 한발 빼는 태도를 보였다. “이스라엘이 왜곡된 정보로 전쟁을 유도했다”면서 사임한 미국 대테러 수장의 말대로 가장 큰 오판을 한 건 모사드의 정보를 덥석 문 트럼프일 수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