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를 낸 조경란 작가는 “문 뒤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며 “문 뒤에 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그것이 어른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30년을 ‘외계에서 온 지구인 행동 채집가’처럼 살아온 조경란 작가(57)의 말이다. 조 작가는 길을 걸을 때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고 했다. 버스를 타거나 카페에 앉아 있을 때도 사람들의 대화에 자연스레 몸을 기울인다. 황태포 꼬리가 삐죽 솟은 에코백을 메고 가는 청년을 보면 ‘한여름에 황태포로 무엇을 할까’ 궁금해하다가 ‘누군가의 제사를 준비하는 길이겠구나’ 짐작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대화와 몸짓, 표정을 붙잡아 상상한 그 사람의 사정은 소설의 씨앗이 된다.
최근 아홉 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문학동네)를 낸 조 작가를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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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소설 속 인물들은 대체로 삶의 불안정한 국면에 놓여 있다. 신분이 위태로운 사십대 후반 대학 강사와 그와 단둘이 사는 노모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어머니들은 노년의 우울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들 역시 크고 작은 ‘죽음 충동’에 시달린다. 사라진 어머니를 찾아 헤매는 장면도 곧잘 등장한다. 반대편에 선 누군가와의 끊임없는 부딪힘은 인물들을 위태롭게 흔들어 놓지만, 동시에 삶을 붙드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서로를 지켜보며 마음 졸이는 이 관계가 애틋하면서도 팽팽하게 그려진다.
조 작가는 이런 인물 설정이 자신의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중심인물들이 저처럼 나이가 들었어요. 나이가 들어 그들에게 가장 뜨겁고 곤란한 일이 무엇일까 했을 때, 그것은 가족이었죠. 예전엔 부양을 받았지만 이제는 부양의 대상으로 남은 부모가 아닐까. 사랑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감정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인물들을 뒤흔드는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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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무 재밌어요. 작업실에서 혼자 웃을 때가 있어요. 소설 노트, 문장만 쓰는 노트 등이 쌓여있거든요.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메모하는데 ‘오늘 이런 걸 배웠어’ 하고 막 가슴이 뛰어요. 40, 50년 하신 선생님들도 계신걸요. 이제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어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