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큰손 패트릭 선 인터뷰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20일 개막하는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선프라이드재단’ 이사장 패트릭 선. 미술관 바닥에 있는 녹색 작품은 향가루로 만든 오인환의 작품으로 전시 기간 동안 조금씩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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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홍콩. 캐나다 맥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청년 사업가 패트릭 선이 센트럴 지역의 ‘할리우드 로드’를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당시에는 영화 ‘중경삼림’으로 유명해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가파른 언덕 위 복잡한 동네였죠.
김민 문화부 기자
부동산 개발 회사를 차린 선은 밝은 눈으로 이 지역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해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렸습니다. 그의 회사는 글로벌 금융사, 로펌, 정보기술(IT) 기업이 입주한 ‘킨윅 센터’를 비롯해 홍콩의 상업 부동산을 관리, 개발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부동산 사업가 선’이 아닌 ‘인간 패트릭’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허름한 골목에 늘어선 수백 개 골동품 가게들. 먼지 쌓인 작은 가게들 속에 그림과 유물에 매료돼 선은 컬렉션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아시아 미술계의 중요한 인물이 된 그의 컬렉션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전시 개막을 맞아 서울을 찾은 선을 17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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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한국 전시 소감을 묻자 “긴장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20일 개막하는 전시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은 국내 최초 대규모 퀴어 미술 전시. 그가 만든 선프라이드재단은 성소수자(LGBTQ+)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LGBTQ+ 작가나 관련 이슈를 다루는 작품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선은 이번 전시가 10년 전 본 서울 풍경처럼 되길 바란다며 자기 기억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퀴어 퍼레이드’를 봤는데 큰 대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행진이, 다른 쪽에서는 반대 집회가 열렸어요.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을 보니 두려움보다는 마음이 편하기도 했는데, 사회의 모습이란 이래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전시는 김아영 이강승 정은영 오인환 박그림 등 재단이 소장한 한국 작가의 작품부터 로버트 라우센버그, 마크 브래드퍼드, 길버트 앤드 조지 등 글로벌 미술계 유명 작가 작품까지. 국내외 74명(팀) 작가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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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LGBTQ+ 커뮤니티 내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체 기획을 한다면 더 보수적인 나라에서도 전시할 수 있고, 친구들이 와서 축하해 주겠지요. 그러나 저는 경계선 밖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선은 그러면서 1989년 TV 토크쇼에 출연한 장국영(장궈룽·張國榮)의 ‘한마디’로 충격을 받았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주 유명한 토크쇼에서 장국영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와 여행을 다녀왔다’고 언급했어요. 장국영이 성소수자라는 걸 모두가 느꼈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는 전혀 없었거든요. (장국영은 이후 1997년 콘서트에서 동성 연인 당학덕(탕허더·唐鶴德)을 공개적으로 소개했다.) 집회와 글로 인권 운동을 해도 효과가 나려면 10년은 걸릴 거예요. 그런데 장국영의 한마디만으로, 수많은 성소수자의 존재가 평범한 무언가가 되어 버린 사건입니다.”
과거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했던 선은 이제 예술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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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이지만, 막상 전시를 시작하니 젊은 작가들이 적극 참여해 놀랐다고 선은 덧붙였습니다.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강승의 드로잉, 성소수자들이 드나드는 장소를 향가루로 미술관 바닥에 펼쳐 보인 오인환 작가를 소개하며 선은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세상 사람은 모두가 같지 않습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사회에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 전시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