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폭언에 멍드는 일터 2020년 5823건… 5년 새 3배로, 모욕-명예훼손 경험자 가장 많아 ‘법 사각지대’ 프리랜서-용역 등… 불이익 걱정에 문제 제기 포기도 전문가 “피해 발생 땐 증거가 중요… 문자-녹취-주변인 진술 등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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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업체 대표 김모(가명) 씨는 직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며 사무실에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여러 차례 위협했다. 흉기를 꺼내 “찌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김 대표가 사무실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매일 직원들을 감시했다는 회사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직원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13일 김 대표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근로 감독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폭행의 금지 위반 및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 작년 직장 내 괴롭힘 역대 최다
지난해 10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3%는 ‘최근 1년 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무시·비하 등 모욕 및 명예훼손(17.8%)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적 용무 지시나 야근 강요 등 부당 지시(16.4%), 회식·음주·노래방 등 업무 외 활동 강요(15.4%)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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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회사 측이 조사를 맡고 있는데, 내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상급자일 경우 공정한 조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중소 사업장에서는 조사 절차나 대응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외부 조사위원 제도 등을 도입해 객관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피해 발생하면 문자-녹취 등 증거 자료 확보를”
녹음이나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당시 상황을 기록한 메모나 주변인의 진술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보통 직장 내 괴롭힘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형태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괴롭힘 피해를 겪고 있다면 초기부터 노동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여 노무사는 “피해자들이 처음에는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거나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괴롭힘 초기부터 노동 상담센터나 노무사 상담을 통해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노조를 통해 중재를 요청하거나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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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