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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괴롭힌 ‘떨어지는 물감’ 해법 찾아

입력 | 2026-03-13 04:30:00

KAIST 김형수 기계공학과 교수팀
휘발성 액체 섞어 중력 거스르게
우주에서 유체 제어 활용할수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그릴 때 쏟아지는 물감을 ‘고문’으로 표현했다. KAIST 연구팀이 천장에 물감으로 그려도 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아일보DB

500여 년 전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리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는 4년여간 얼굴로 쏟아지는 물감에 고통을 받으며 ‘그림이 아니라 고문에 가깝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는 물감을 붙잡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김형수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액체에 소량의 휘발성 액체를 섞어 중력에 의한 불안정성을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 1월 29일자에 게재됐다. 천장에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이 떨어지는 것처럼 위쪽 표면에 맺힌 액체가 중력에 의해 무너지는 현상을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거꾸로 매달린 액체에 소량의 휘발성 액체를 섞으면 휘발성 성분이 증발하면서 액체 표면의 표면장력이 영역별로 달라지게 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표면장력은 액체 표면이 스스로를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으로, 물방울이 둥근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다. 표면장력에 차이가 생기면 장력이 큰 쪽이 작은 쪽을 끌어당기게 된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아래로 떨어지려는 액체를 붙잡을 수 있음을 규명했다. 휘발성 액체가 증발하면서, 액체를 위쪽으로 끌어올려 아래로 떨어지려는 힘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활용하면 정밀 코팅, 적층 공정 등에서 더욱 얇고 균일한 액체막 구현이 가능해질 수 있다. 우주와 같은 특수 환경에서 흐르는 유체를 제어하는 기술로 확장될 수도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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