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현실 진단 판막 좁아져 혈액 못 흐르는 질환, 심부전-돌연사 발생 가능성 높아 미국 등선 65~70세 이상 권고 지침… 한국은 80세 이상-고위험군 제한 올해 상반기 내 개선 실마리 기대
서존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에 관해 현재 우리나라의 급여 기준과 진료 체계는 국제 지침과 크게 어긋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인 서존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에게 국내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환경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들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환경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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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급여 기준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 환자의 상태나 수술 위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판막 질환은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환자 중에는 심장 외 다른 질환 때문에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에게 TAVI는 수술의 ‘차선책’이 아니라 동등한 치료 옵션이다. 그런데도 80세를 넘어야 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해야만 TAVI를 적용할 수 있다는 기준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근거 중심 의학 원칙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술 위험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흉부외과와 심장내과 전문의 등이 참여하는 심장 통합진료팀(Heart Team)이 환자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서는 이 팀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기구라기보다 ‘TAVI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처럼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 해외에서는 심장 통합진료팀이 환자의 질환 특성과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제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 부분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구조에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기 어렵다. 반면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은 환자와 보호자가 지게 된다. 환자 중심 의료라는 관점에서 보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수술 위험이 큰 75세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의학적으로 TAVI가 더 적합한 상황이라도 통합진료팀에서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시술을 받을 수 없다.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자는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거나 수천만 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비급여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치료 접근성이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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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규모 무작위 비교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미국과 유럽의 지침도 이런 근거를 기반으로 변화해 왔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에서도 수술과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시술 기법 역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문제는 제도와 급여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여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일부에서는 의료비 증가나 시술 남용을 걱정한다. 하지만 TAVI는 고난도 시술로 흉부외과 전문의의 협력이 없으면 시행할 수 없다. 무분별하게 증가할 수 있는 시술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판막을 다시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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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차원에서는 어떤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나.
“심장 통합진료팀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환자 상태와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통합진료팀에서 TAVI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급여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또 현재 관상동맥 조영술 수준에 머물러 있는 TAVI 시술 수가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위급 상황에 대비해 대기하는 흉부외과 의료진에게도 별도의 수가가 지급된다.”
―제도 개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환자단체와 학회, 보건 당국 모두 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환자단체에서도 ‘치료 방법이 있는데도 제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안에 일정 부분 개선의 실마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환자 중심의 시각에서 미래지향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