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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김창덕]보기만 해도 아찔한 ‘널뛰기’ 증시

입력 | 2026-03-09 23:15:00

김창덕 논설위원 


지난달까지만 보면 이재명 정부의 최고 히트상품은 누가 뭐래도 주식시장이었다. 대선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았고, 여당은 이에 발맞추기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런데 정권 출범 7개월여 만인 올해 1월 목표를 달성해 버렸다. 물론 반도체 붐을 타고 목표가 너무 ‘이른’ 시점에 그야말로 ‘강제’ 달성돼 버렸다는 해석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상승장에 제때 올라탄 개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치솟는 주가에 정부는 고무됐고, 6·3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여당도 몰려든 표를 세느라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올해만 7번 울린 사이드카


그리고 찾아온 2월. 증시 첫날부터 매도 사이드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신임 의장 후보자로 케빈 워시가 지명된 데 따른 이른바 ‘워시 쇼크’가 덮친 것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날 포함 닷새 만에 3번의 사이드카가 울렸다. 3월 초 ‘이란 전쟁’의 충격은 훨씬 혹독했다. 3, 4일 이틀간 코스피는 20% 가까이 빠지며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리더니 다음 날 보란듯이 10%를 회복했다. 글로 옮기는데도 이렇게 숨이 찬데, 전 재산을 걸고 곡예비행 중인 투자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우리는 지금 기록적인 ‘롤러코스터 장’을 목격하고 있다. 2002년 이후 코스피에서 사이드카가 한 차례도 발동되지 않은 해가 14번이나 됐다. 한 해 26번 사이드카가 나온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라 예외로 두자. 나머지 중에서는 팬데믹 때인 2020년이 7번으로 가장 많았는데, 겨우 3월 초순이 지나고 있는 올해 벌써 7번의 사이드카가 울렸다.

불안정한 증시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본다.

우선 한국 증시는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게 이번에 또다시 입증됐다. 같은 변수에 노출된 일본, 홍콩 등의 증시가 2∼3%씩 오르내릴 때 한국만 유독 진폭이 컸다. 반도체나 방산 같은 한국의 주종목에 뭉칫돈을 투자한 외국인들이 글로벌 경제를 흔드는 이슈가 생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을 빼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로 끊임없이 변덕을 부리고 있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또 하나는 코스피가 빨라도 너무 빨리 올랐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해 코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달 하순 6,300 선을 찍었을 때 기준으로는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세 배로 오른 셈이었다. 게다가 지수를 끌어올린 자금의 상당 부분이 빚이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2조 원을 넘어섰다. 빨간색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때야 적금을 깨든 빚을 내든 개인의 문제지만, 급락장에서는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내 하락 폭을 키우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한국 증시를 자칫 잘못 건드리면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카드의 집’ 같은 상황으로 보는 비관적 시각도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선수가 잘 뛰어야 관객도 찾는다

여당 대표 등이 “코스피 1만”을 외칠 때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게 된다. “심장 약한 사람은 못 버틴다”, “코인 시장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데도 정치권이 주식 투자를 너무 부추기는 듯해서다. 지금은 이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차분함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투자자 유인’에만 집중했던 정책 흐름도 냉정한 시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식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실적과 비전에서 나온다. 그러니 기업의 활동 반경을 과도하게 줄여 놓고 시장 가치가 오르길 기대하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나. 아무리 좋은 운동장을 만들어 봤자 정작 선수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경기는 형편없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관객도 그런 경기를 푯값을 내고 보러 오진 않는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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