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넘긴 美-이란 전쟁] 저비용-고효율 전쟁시대 본격화 美, 타격 지점-시점 등 AI로 산출… 24시간 동안 1000개 목표물 공격 이란, 3만달러짜리 드론으로 미군기지 10억달러 레이더 파괴
폐허 된 이란 해군기지 이란 남서부 부셰르 해군 기지 일대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모습을 7일(현지 시간) 미국 민간 위성업체 벤터가 촬영했다. 주요 건물이 뼈대만 남은 채 검게 그을려 있다. 부셰르=AP 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을 두고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를 포함한 최첨단 기술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미국 빅테크인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이 개발한 AI 기술을 활용해 공습 당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했다.
이란은 가성비 좋은 저가 드론을 미국, 이스라엘, 이웃 걸프국 공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성능 미사일 탐지에 최적화돼 드론을 효과적으로 감지하지 못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한계를 파고든 것이다. 다급해진 미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드론전 노하우가 쌓인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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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AI로 초고속-고강도 이란 공습
미국은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할 때도 두 기업이 개발한 AI 기술을 사용했다. 미 국방부는 AI 기술을 활용해 대공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산 기업 앤듀릴 등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AI를 통해 전쟁의 전개 속도 또한 대폭 빨라졌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 후 후 첫 24시간 동안 약 1000개의 이란 목표물을 타격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충격과 공포’ 작전보다 약 2배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 전쟁이 AI를 활용한 전쟁의 대규모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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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사매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AI 패권을 잡기 위해 ‘안전’보다 ‘속도’를 택한 것”이라며 “전 세계가 ‘AI 아마겟돈’ 혹은 ‘AI 체르노빌 모먼트’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논평했다.
● 이란, 저가 드론으로 초고가 방공망 ‘핀셋 타격’
연간 수천 대의 드론을 생산하는 이란은 이를 ‘가성비 전쟁’의 도구로 쓰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본토 밖 최대 규모의 미 공군 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설치됐던 ‘AN/FPS-132 레이더’가 이란산 샤헤드 드론 공격으로 크게 손상됐다. 가격이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로 알려진 이 레이더가 대당 약 3만 달러(약 4400만 원)에 불과한 샤헤드 드론에 당한 것이다.
요르단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에 연결된 TPY-2 레이더, 쿠웨이트 캠프 아리프잔의 레이더 돔 3곳, 바레인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의 위성 통신 시스템,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의 레이더 시설 건물 또한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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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샤헤드 드론’
미국 ‘루카스 드론’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제 드론 요격 시스템을 본뜬 미국제 ‘메롭스 대드론 시스템’을 중동에 배치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미국이 자국에 “드론 대응 체계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관해 “어떤 나라의 지원이든 받겠다”고 했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전쟁에서도 드론이 전쟁 판세를 갈랐다는 평이 나온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은 우방국인 튀르키예 방산기업들이 제작한 드론을 앞세워 아르메니아군을 격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주요 전쟁에서 드론이 판세를 좌우하고 있다며 “저비용 고효율 전쟁의 시대가 본격화했다”고 논평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