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내내 돌봄’ 가족 부담 줄이려 ‘최대 7박8일 입원’ 시범 사업 도입 수익성 낮아 서울대-경북대만 참여 “수가 인상 통해 참여 늘려야” 지적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김효윤 양(9)의 가족은 9년 동안 다 함께 외출하거나 여행을 간 적이 없다. 이 질환은 척수 운동신경 세포가 퇴행해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병으로, 김 양은 자가 호흡이 어려워 가족이 24시간 돌봐야 한다.
그랬던 김 양 가족이 지난달 설 연휴를 맞아 10년 만에 여행을 떠났다. 김 양이 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는 중증 소아 단기입원 시설 ‘도토리하우스’에 머물게 되면서 가족들은 잠깐이나마 간병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김 양의 부모는 “효윤이 언니, 오빠와 여행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정부가 희귀·중증 난치질환 지원을 강화하는 가운데 갈수록 늘어나는 소아 증증환자 가족을 위한 돌봄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현재 18세 미만의 희귀·중증 난치질환 및 소아암 환자는 8만1436명에 이른다. 그러나 소아 중증 환자 보호자 지원 제도인 ‘중증 소아 단기입원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은 전국에 두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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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시범사업을 이용한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95.1%가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있다’고 답했다. 집에서 희귀·중증 난치질환 환자를 돌보는 부모는 자녀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위루관을 통한 영양 공급 등 의료적 행위도 대신해야 한다. 환자의 갑작스러운 상태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긴장감이 쌓이면서 ‘번아웃(소진)’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단기 돌봄의 효과는 컸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호자의 76.5%가 ‘시범사업 이용 후 돌봄을 지속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55.9%는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낮아졌다’고 했다.
뇌병변 장애 1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권세연 양(13)을 돌보는 이정하 씨는 권 양이 도토리하우스를 이용하면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통잠을 잤다. 이 씨는 “세현이는 밤중에도 중간중간 깨서 물을 먹여 줘야 하고, 용변 처리도 해줘야 해서 숙면을 하기가 어려웠다”며 “이전에는 항상 피곤했는데 시범사업을 이용한 뒤로는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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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돌봄 병원 전국 2곳뿐
그러나 중증 소아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언제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서 단기입원 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은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두 곳뿐이며, 병상도 20개에 불과하다. 반면 지방정부가 중증 소아 환자를 위한 단기입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영국에서는 지난해 3월 현재 120개 기관이 710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참여 의료기관이 적은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머무는 기간에 신약을 쓰거나 값비싼 치료를 하지는 않지만, 의료진을 투입해야 해 인건비 부담이 적지 않다. 도토리하우스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간호사 등 20명가량의 인력이 교대로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수가 인상 등을 통해 참여 기관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단기입원 1일당 병원이 받는 금액은 최고 47만1390원에 그친다. 류민주 도토리하우스 수간호사는 “처음 환아와 가족을 만나서 상태를 파악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심층 외래는 30분∼1시간가량 진행하는데, 일반적인 외래진료 수가와 같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수가 체계를 개선해 참여 기관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보장하고, 신규 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단기입원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소아 치료에서는 보상을 그간 강화해 왔다”며 “중증소아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단기입원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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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