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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음악은 사람과 동물 구별 짓는 요소”

입력 | 2026-03-09 04:30:00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시프 내한
13일 부산-15일 서울서 팬들과 만나
“클래식, 인간이 자부심 가질 영역”




“고전 음악과 예술은 과학과 더불어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요소입니다.”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음악가 언드라시 시프(73·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고전 음악의 가치’를 이렇게 표현했다. 헝가리 출신에 영국 국적인 그는 탁월한 해석과 연주로 ‘고전 레퍼토리 연주의 대가’ ‘바흐 음악 해석의 거장’ 등으로 평가받는다. 음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3년 만에 한국에서 리사이트를 갖는 시프는 13일 부산콘서트홀에 이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팬들을 만난다. 그는 “(클래식은)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인간이 최고의 상태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고 했다.

시프의 리사이틀은 공연 당일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그 이유를 ‘자유와 즉흥성’에서 찾았다.

“저는 보통 1년 전, 심지어 그보다 더 일찍 프로그램을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하지만 내일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년 뒤에 무엇을 연주할지 미리 정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아요.”

2023년 방한 리사이틀에선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을 바흐로 구성했다. 여기에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고전 레퍼토리와 브람스, 슈만의 낭만주의 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공연의 구성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시프는 “어떤 날, 어떤 곡을 선택할지는 그날의 내 상태, 기분, 공연장의 음향, 그리고 악기에 따라 달라진다”며 “내게 한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고 했다.

그의 연주는 악보 속에 숨겨진 작곡가의 숨결과 인간적인 목소리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끌어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프는 음악 해석에서 변하지 않는 가장 본질적인 기준은 “악보에 대한 충실함”이라며 “그것은 끝이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프는 2014년 멘토링 프로그램 ‘빌딩 브리지스(Building Bridges)’를 시작하며 차세대 음악가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음악가로서의 태도’에 대해서는 “음악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의미 있고 개성 있는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대함도 필요하다”고 했다.

시프는 스스로를 ‘행동하는 예술가’로 규정한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추방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며 미국 공연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예술과 정치·사회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라며 “부당한 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내가 느끼는 책임이자 의무”라고 했다.

“제 의견이 현실을 바꾸진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바다에 떨어지는 한 방울과 같습니다. 많은 물방울이 모이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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