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의식 높은 소비자일수록 이상적인 기준의 제품만 고집 기대 수준과 불만 모두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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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원을 아끼기 위해 더 신중하고 까다로운 구매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론 오히려 가진 것이 많고 사회적으로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제품의 사소한 결함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 칼슨경영대와 아이오와대 마케팅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왜 어떤 상황에서는 깐깐해지고 어떤 상황에서는 쉽게 타협하는지를 살펴봤다. 그 배경에는 소비자가 느끼는 ‘사회적 우월감’이 있었다. 즉, 개인이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때의 까탈스러운 정도가 달라졌다. 이때 까다로움이란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제품을 얼마나 수용하지 않는지를 뜻한다.
까다로움을 좌우하는 핵심 기제에는 ‘심리적 특권의식(psychological entitlement)’이 있었다. 이는 실제 노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나는 남보다 더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끼는 주관적 감각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본인이 유리하다고 느낄수록 특권 의식을 느끼고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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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실험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참가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유리한 집단’ 혹은 ‘불리한 집단’에 속해 있다고 상상하게 한 뒤 의류 구매 시 색상·디자인 같은 취향 속성과 품질·내구성 같은 성능 속성의 중요도를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느낀 참가자들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을 자격이 있다”며 모든 속성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반면 불리하다고 느낀 참가자들은 너그러운 기준을 적용했다.
이 결과는 기업의 마케터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프리미엄 제품이나 고급 서비스 상품은 사회적 우월감을 느끼는 고소득층이나 VIP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소한 결함이나 취향의 불일치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특권’을 확인받고 싶어 하므로 극도로 세분된 개인 맞춤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대 수준과 불만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나 공공 지원 환경에서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혜택을 ‘받는 입장’으로 인식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기준을 낮추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취약계층의 소비자들이 까다롭지 않게 제품을 수용하는 것이 반드시 만족도가 높다는 뜻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선호를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마케팅 환경을 조성해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