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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쓰기는 종이 위에 나비 눌러 죽이는 일”

입력 | 2026-03-07 01:40:00

◇할머니, 개, 그리고 죽도록 쓰기/앤 패칫 지음·정소영 옮김/500쪽·1만8500원·복복서가




“… 손을 뻗어 허공의 나비를 잡아챈다. 내 머릿속 한 부분에서 떼어낸 뒤 책상 위에서 꽉 눌러 내 손으로 직접 죽여버린다. 죽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삼차원의 존재를 평평한 종이 위에 넣으려면 그 수밖에 없어서다.”

진짜 나비를 죽인다는 게 아니라,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저자가 소설 쓰는 과정을 비유한 내용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찬란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떠다니더라도, 부유하는 생각을 손으로 붙잡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옮겨내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의 지난한 노동이다. 그는 소설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살아 있는 존재가 지닌 아름다운 면은 전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종이 위에 남은 죽은 나비뿐”이라고 덧붙였다.

평생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온 저자의 삶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대표작 ‘벨 칸토’(2001년)로 펜포크너상과 오렌지상을 받은 저자는 지극히 사적인 일화로 끝날 수 있는 순간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능력을 가졌다. 작가가 되길 꿈꾼 어린 시절과 글을 쓰기 위한 분투, 온 마음으로 사랑한 할머니와 반려견 이야기, 실패와 성공을 오간 결혼 생활 등 삶의 핵심적인 순간을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는 글로 풀어낸다.

평생 ‘글밥’을 먹고 살아온 저자는 글쓰기를 두고 “비참하고도 끔찍한 작업”이지만 “세상 어떤 일보다 나은 일”이라고 했다. 경찰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서 경찰대에 지원하고, 체력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6피트(약 183cm) 담장을 뛰어넘은 일화는 글쓰기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을 잘 보여준다.

막연히 ‘멋진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조언으로 다가올 것 같다. “바흐를 해석하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란 예술도 발전을 이루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좋은 글을 쓰려면 책상 앞에 앉아 몇 시간을 씨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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