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반려동물 양육 가구 700만 시대 반려동물 키우는 1~2인 가구 늘어… 이달부터 식당 동반 출입 가능해져 펫보험 가입 건수 1년새 55% 급증… 캣타워-캣휠 등 맞춤가구도 수요↑ 59% “반려동물세 납부 의사 있어” 우울감 줄이고 인지 저하 예방도… “취약층 반려동물 양육비 지원을”
국내 10가구 중 3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동물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반려동물 의료보험에 가입하거나 강아지 이름으로 기부하고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하는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대박이는 내 자식이에요. 잘 때도 항상 나랑 같이 자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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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제 열 집 중 세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가 됐다.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정서적 안전망을 뒷받침했던 가족의 역할을 반려동물이 대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씨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거나 반려동물을 위한 인테리어 등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 반려동물 양육 700만 가구 시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처음 국가 승인 통계로 조사한 ‘반려동물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9.2%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가구 수(약 2412만 가구)를 고려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70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가족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1·2인 가구가 크게 늘었다. 1인 가구 중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비율은 2021년 18.8%에서 지난해 23.5%로, 2인 가구는 같은 기간 20.5%에서 28.8%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1인 가구 및 노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이 정서적 고립을 막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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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여행도 ‘털가족’과 함께”
그러나 이제는 합법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식당, 카페 등에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은 안내문을 부착하고 동물 전용 의자와 목줄 고정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광견병 등 예방접종을 마친 경우에만 식당에 함께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음식점과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영업점은 전국에 448곳에 이른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집을 반려동물에 맞춰 꾸미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선 캣타워나 캣휠 등 고양이용 가구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플레이캣 제공
명절이나 여행을 갈 때도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이들이 많다. 네 살 된 반려견 꼬미를 기르는 김현진 씨(26)는 꼬미를 데려가기 위해 버스나 기차 여행 대신 직접 차를 몰아 여행을 다닌다. 숙소도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는 곳을 골라 시설과 위생 상태를 꼼꼼하게 따진다. 김 씨는 “예전에는 바닥이 미끄러워 강아지가 돌아다니기 어려운 곳이 많았는데, 요즘은 미끄럼방지 매트가 깔린 곳이 많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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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지위가 가족으로 격상되면서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반려동물 의료보험인 ‘펫보험’을 판매하는 13개 보험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펫보험 계약 건수는 25만1822건에 달한다. 전년의 16만2111건보다 55.3% 급증했다. 자녀가 태어나면 어린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면 목돈이 나갈 것에 대비해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정희원 씨(28)는 “고양이들은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는데 40만∼60만 원이 든다”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보험과 적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마포구 반려동물 캠핑장에서 시민들이 반려견들과 함께 봄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반려견의 크기에 따라 공간이 분리돼 있어 목줄 없이 반려견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효진 씨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반려견 제이의 이름으로 정기 기부를 하고 있다. 제이가 기부 회원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효진 씨 제공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의식도 성숙해지고 있다. 농식품부의 ‘2025년 동물복지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양육자의 59.4%는 ‘반려동물 복지 기금이나 세금을 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큰 만큼 유기동물 보호나 공공 반려동물 시설 확충을 위해 적은 금액이라도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 “반려동물 양육 지원이 곧 복지”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웠을 때 사회 활동 증가, 우울감 감소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웃을 알게 될 확률이 1.6배 높고, 반려동물을 5년 이상 기른 고령층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충남 당진시에 사는 방득자 씨(59)는 열여섯 살 된 반려견 탱자와 함께하며 집 밖을 더 자주 나가게 됐다. 방 씨는 “탱자를 키우면서 생활이 더 활기차게 변했다”며 “산책을 하러 하루에 몇 번씩 나가기도 하고, 반려견 동반 카페에 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반려동물을 완전한 가족이라고 부르기엔 사회적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의 욕구나 본능 등을 인간이 함께 살기 위해 제한하는 것들이 많다”며 “반려동물 펫숍이나 유기 문제 등을 외면한 채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