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취미로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생활체육조사 자료에 따르면 테니스는 축구, 배드민턴, 탁구, 골프와 함께 동호회 가입 상위 5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테니스 참여 인구가 증가하면서 강습을 받고자 하는 수요는 늘어났지만 시설 및 전문 코치 수가 부족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1대1 레슨 비용도 회당 5~10만 원을 훌쩍 넘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결국 ‘내 스윙이 왜 잘못됐는지’ 정확히 모른 채 코트를 떠나는 사례가 많다.
신사유람단이 개발한 키넥스는 AI 스포츠 코칭 플랫폼이다 / 출처=신사유람단
스포츠 훈련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스타트업 신사유람단은 AI 스포츠 코칭 플랫폼 ‘키넥스(KINEX)’를 개발했다. 키넥스는 인간의 움직임을 뜻하는 키네틱(Kinetic)과 연결이라는 개념인 넥서스(Nexus)의 합성어다. ‘움직임 데이터를 분석하고, 코칭과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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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는 골프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강한 스윙과 빠른 발의 움직임, 그리고 반복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한 스포츠인 만큼 바른 동작이 중요하다.
특히 테니스를 할 때 스윙 궤적이 얼마나 틀어졌는지, 체중 이동이 어느 순간에 끊기는지, 손목 가속이 타점(임팩트) 직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모두 정량화 가능한 요소지만 기존에는 코치의 눈과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코치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이 아니라면 테니스 동작을 교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접근성 문제도 크다. 전문적인 테니스 스윙 분석은 그동안 스마트 라켓, 고속 카메라, 전용 센서 등 고가 장비 중심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테니스 입문자나 아마추어 선수는 어떤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지 모른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포기해버렸다.
강성열 신사유람단 대표는 “테니스 코치의 감각과 선수의 체감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것은 데이터뿐”이라며 “코치의 감각적 피드백, 사용자의 체감적 이해 부족 등의 간극을 데이터로 연결하기 위해 키넥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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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테크 시장은 이미 러닝, 사이클링 분야에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나이키런클럽, 스트라바 등 주요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했고 사용자 선호도 역시 높다. 러닝, 사이클링 분야는 신규 플랫폼이 진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가 만들어졌다.
반면 테니스는 수요에 비해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PitchBook)의 글로벌 스포츠테크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러닝, 사이클링 중심으로 성숙한 시장을 이끌어온 스포츠테크가 테니스를 포함한 라켓 스포츠 분야에서 다음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 행동 변화도 맞물렸다. 코로나19 이후 스포츠 트레이닝의 온라인 신뢰도는 상승했다. 글로벌 AI 기업 오픈AI의 챗GPT 확산에 따라 AI 기반 코칭에 대한 심리적 거부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운동을 기록하고, 데이터로 성장을 확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된 셈이다.
사람·라켓·공 동시 추적으로 기존 솔루션과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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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넥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전문 코칭 수준의 분석을 제공한다 / 출처=신사유람단
키넥스의 주요 기술은 YOLO 기반 컴퓨터비전(CV)과 스포츠물리학 알고리즘의 결합이다. 기존 AI 포즈 추정 기술이 사람의 관절 좌표를 추정하는 데 그쳤다면, 키넥스의 경우 사람·라켓·공을 동시에 추적하며 타격 이벤트를 검출하는 멀티 오브젝트 시퀀스 분석을 핵심으로 삼는다. 스포츠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인 임팩트를 기준으로 전후 동작을 연속 분석한다는 점에서 기존 솔루션과 차별화를 꾀한다.
키넥스의 주요 분석 지표는 ▲키네틱 체인 전달 속도 ▲체중 이동 비율 ▲회전 각도 ▲손목 가속 ▲임팩트 타이밍 등이다. 이 수치는 프로 선수의 기준값과 비교,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업로드 후 분석 결과 생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10초다.
강성열 대표는 “스포츠 AI의 핵심은 자세가 아니라 타점 순간이다. 그 이벤트를 검출하는 것이 키넥스 기술의 출발점”이라면서 “실제 코칭 이론과 스포츠 물리학을 기반으로 모션 데이터와 비교 분석 방식으로 지표를 개발했다. 현장 코치, 스포츠 지도자와의 협업을 통해 지표 정의와 피드백 구조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 키넥스는 코치를 대체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코치의 반복 설명 부담을 줄이고 핵심 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도구로 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수업 전에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고, 수업 후에는 자동 리포트 생성하는 식이다. 신사유람단이 키넥스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다수의 코치는 ‘학생에게 말로 설명할 때는 안 됐는데 데이터로 보여주니 바로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키넥스는 사용자의 성장 루프 구조를 지향하도록 설계했다 / 출처=신사유람단
키넥스는 사용자 경험(UX)도 분석, 이해, 교정, 재측정이 반복되는 성장 루프 구조를 지향하도록 설계했다. 한 번만 분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적 리포트와 성장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는 것. 키넥스의 파일럿 테스트에 참여한 사용자는 자신의 동작을 처음 객관적으로 확인한 순간, 이전보다 나아진 수치를 눈으로 보는 순간, 코치의 말이 데이터로 이해되는 순간에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신사유람단은 리텐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키넥스의 사업 모델에서 가장 독특한 개념은 퍼포먼스 투 커머스(Performance-to-Commerce)다. 이는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상업적 구매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사업 모델이다. 키넥스는 동작 분석은 물론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라켓, 스트링, 신발 등을 추천하는 커머스 연결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기존 스포츠 쇼핑은 인기 제품이나 가격 대비 성능 중심이었다. 퍼포먼스 투 커머스는 ‘내 스윙 데이터가 추천하는 제품’이라는 새로운 구매 맥락을 만든다. 스윙 스타일, 타구 궤적, 체중 이동 패턴, 손목 사용 빈도까지 학습한 AI가 최적의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단순 추천이 아닌 맞춤형인 만큼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강성열 대표는 “키넥스는 단순 동작 분석 앱을 넘어 AI 스포츠 성장 인프라가 되고 싶다. 향후 개인화 트레이닝, 장비 추천, 스포츠 커머스, 퍼포먼스 데이터 등이 연결되는 AI 스포츠 생태계로도 확장할 수 있다. 키넥스의 궁극적 목표는 ‘움직인 데이터의 쇼핑 에이전트’다. 자신의 데이터가 최적의 장비를 골라주는 세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키넥스의 수익 구조는 프리미엄이다. 무료로는 기본 동작 분석과 핵심 오류 지표를 제공한다. 유료 구독에서는 상세 생체역학 지표, 누적 성장 리포트, AI 트레이닝 추천 등이 추가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코치, 아카데미 대상 B2B 라이선스와 익명화 스포츠 데이터 판매로 수익원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테니스와 같이 라켓 스포츠인 골프, 탁구 등으로 종목을 확장할 예정이기도 하다.
한편 키넥스는 올 하반기 베타 버전 출시를 목표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